이미 오랜 추억이 되었지만 우리가 막 중국에 왔던 그 시절은 지금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됐지만 그땐 우리나라 70년대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 와 생각하면 모든 것이 낙후된 듯 하지만 순수한 적어도 나에겐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행운과도 같은 때였다. 하지만 이런 추억이 없는 우리 아이들도 같은 생각 이었을까?
누구나 원하면 어느 학교든 입학이 가능했던 그 시절 우리 아이들을 중국대학에서 학문을 하는걸 목표로 처음부터 로컬 학교로 입학을 시켰다. 지금이야 중국학교 입학이 힘들지만 그땐 로컬학교를 다닌다는 건 문화나 음식 등 여러 가지 환경이 다른 한국사람에겐 일반적인 선택은 아니었지 싶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에 왔으니 학습도 문화도 음식도 모든 것을 익혀 중국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도시락을 싸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중국급식을 선택했다.
어느 날 신기하게 불평이 쏟아질거라는 예상과 달리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물었다. 급식을 잘 먹고 있는지 혹시 입에 맞지 않아 굶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마세요. 어떤 날은 기름에 말아 논 것 같은 것도 있지만 늘 한가지는 먹을 만 한 게 있어요.”
뜻밖의 아들의 대답이 기특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의 노파심과 달리 아이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리고 이런 작은 긍정의 언어들이 가끔 흔들리는 확신과 내 삶에 충전이 되곤 했다.
‘한가지는’이란 단어에 많은 의미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니 지나칠 수도 있는 이 말이 오랫동안 지금까지 나에게 순간순간 깨달음을 준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많이 가진 아이가 나누지 못하면 적이 생기고 오히려 안 가진만 못한 모습을 보며 사실 과함은 부족한 만 못하다는 말처럼 벌어지는 많은 불미한 일들이 부족함 보다 과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달력 한 장 달랑 남겨놓고 요즘은 생각이 많다. 한해 동안 감사와 새해의 희망을 기대하기엔 들려오는 소식들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절망을 느끼는 사람에게 한 사람만 이라도 곁에 있다면 다시 일어날 힘을 기대할 수 있듯이 내 삶이 불행하고 원망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분명히 딛고 일어날 무엇들이 있을 것이다.
마치 입에 맞는 반찬이 없어 허기져 불평하기보다 먹을만한 한가지를 의지해 식사를 하고 그 힘으로 하루의 학교 생활을 했던 아이처럼 분명히 있을 감사한 것들을 한가지씩 찾아 그것으로 새해 희망을 꿈꾸며 건강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나도 그 누구에게 부족하지만 기쁨의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린 때로는 나의 부족함이 부끄러운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뜻밖의 용기와 위로가 되는 것을 경험한다. 그 무엇 때문에 힘들고 절망했지만 그 상처들이 진솔된 것으로 누군가를 치유한다면 그것은 결국 실패고 슬픔이 아닌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 행복해 지더라는 말도 있듯이 내 연민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보다는 많은 것을 가져서가 아니라 같이 있어 함께 웃을 수 있고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먹을만한 그 한가지가 되고 싶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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