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무엇인가
지난 추석 즈음에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란 글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결혼은 언제 할 건지, 아이는 언제 낳을 건지, 취직은 했는지 물어보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음을 꼬집은 글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꿈이 뭐냐는 물음 역시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꿈이란 무엇인가?”라고 대거리를 할 수도 없으니, 그냥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꿈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어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어서 꿈을 내놓으라고 조바심을 친다. 꿈이 짐이 되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 진로 교육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꿈은 대신 꿔줄 수 없다
공부도 시원찮고 좋아하는 일도 딱히 없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들은 속이 터진다. 그러니 심리 검사에 심지어 지문 검사까지 받으러 종종걸음을 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답은 바깥에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적성검사와 같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이다.
아이 진로는 엄마가 대신 정해줄 수도 없다. 진로 선택은 배우자 선택과 비슷하다. 엄마가 데려온 신랑감이나 신붓감이 아무리 훌륭해도 같이 살 사람은 아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설사 엄마가 데려온 사람이 마음에 든다 해도 살면서 갈등이 생기면 엄마 탓을 할 공산이 크다. 그러니 엄마의 못다 이룬 꿈을 아이에게 투사하지 말고 엄마 본인의 진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 인생은 아이 자신의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 아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길 것이다.
꿈도 진화한다
모 중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진로에 대해 강연을 할 때다. 꿈이 있는 사람 손들어보라 했더니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들더니 고깃집 사장이 되고 싶다고 말해서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학생은 진지하게 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다. 적어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봤다는 뜻이니까.
아이들은 자라면서 꿈이 수십 번도 더 바뀐다. 그럴 때마다 관심 있게 들어주고 고민을 확장할 수 있는 질문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가령 고깃집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손님들 상에 고기가 오르기까지 축산업, 농장 경영, 유전공학, 수의학, 영양학, 유통, 보건 행정, 노동정책, 케이터링, 부동산, 회계, 국제 무역 등 많은 분야가 연결되어 있다. 장사를 잘하기 위해 고민을 확장하다 보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만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세상에 대해 공부 할 수 있다. 그러니 얼토당토않은 꿈이라도 일단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기 바란다.
뮤지션의 길을 걷고 싶은 아이는 음원 프로듀싱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지금 열공 중이다. 유명 브랜드의 신발을 사고 싶어서 부모님을 조르던 아이는 자기 브랜드의 신발을 만들겠다는 꿈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브랜드 마케터가 되기 위해 경영학도가 되어 있다. 그러니 한번 꿈을 정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강박감부터 버리자.
진로 교육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
진로 교육은 자신, 세상, 미래에 대한 이해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학교 교육은 세상에 대한 이해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래에 대한 이해는 지식에 기초한 상상력과 창의의 영역이다. 자신의 진로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되면 이 세 가지 영역을 모두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진로 교육의 목표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진학지도나 직업 교육은 그 일부다. 자신에 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어릴 때부터 제공해야 한다. 일찍 진로를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그런 관점에서 교육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판단하고 미리 준비하는 능력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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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영(thinkingn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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