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대만은 선망과 호기심의 여행지였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5년 내내 대만 친구 두 명과 붙어 다녔고, 중학교에 와서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에 대만 친구들이 있다. 둘째 아이 반에서도 대만 친구가 여러 명이 있고, 학년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하면서도 겸손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신시아도 대만인이다. 우리 아이들은 대만 친구들이 나눠준 대만 군것질 거리를 맛 보고, 그 곳의 이야기를 들으며 환상을 키워왔던 것 같다.
지난 춘절 연휴 동안 우리 가족은 드디어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가기 일주일 전에 급하게 결정된 것이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타이베이로 돌아가 방학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어느 하루는 둘째 아이 친구 신시아가 우리를 위해 일일 가이드를 자청했고, 열두 살 아이가 며칠 고심해서 만들었을 투어 일정표를 들고 왔다. 그리고 또 다른 대만 친구 율리아도 함께 했다.
신시아 투어 첫 번째 코스는 신시아가 가장 좋아한다는 간식 소개였다. 길 모퉁이 노점에서 사서 둘째 아이에게 권한 간식은 돼지피로 만든 떡 주셰가오(猪血糕). 둘째 아이는 입이 짧다.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입에 대지도 않으려고 하고, 특히 낯선 향이나 이상한 형태에 대한 거부감도 아주 크다. 주셰가오를 내미는 들뜬 표정의 신시아와 표정을 숨기고 있지만 매우 당황했을 둘째 아이를 지켜보는 건 아주 흥미로웠다. 나도 한입 맛을 보았는데 우리나라 찹쌀순대에 달고 짠 맛이 나는 가루를 잔뜩 묻힌 맛이었다. 어느 순간 보니 둘째 아이는 막대에 꽂혀있던 꽤 큰 주셰가오를 다 먹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신시아와 율리아가 맛있게 먹어서 자기도 그냥 먹었다고 했다. 또래 집단의 힘이었다.
그 나이 아이들답게 다음 코스는 문구류 쇼핑, 그것도 장소를 옮겨 두 군데에서나. 상하이의 난징동루 격인 시먼딩(西门町)에서 다시 군것질 시간을 가졌다.
신시아가 우리를 데려간 곳은 여행 책자나 블로그에서 본 적이 없는 곳인데 가게 앞에는 현지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현지인에게 유명한 디저트집이었다. 1966년에 개업을 해 50년이 넘은 곳으로 청두양타오빙(成都杨桃冰)이란 곳이다. 양타오나, 파인애플, 잭플룻 같은 과일을 소금물에 절여 살짝 얼린 것을 팔았다. 국물이 짭짤한 것이 딱 이온음료 맛이었다. 아마 더운 날씨에 지칠 때 대만 사람들이 먹었던 요즘의 빙수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세 번째 우리가 접한 대만 간식은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야시장에서 산 취두부(臭豆腐)였다. 중국 생활 10년이고 중국 여행을 꽤 다니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취두부 냄새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특히 둘째 아이는 그동안 취두부 냄새를 못 견뎌 했고 비슷한 냄새만 나도 두 손으로 코를 막았지만, 이 날은 의연해 보였다. 신시아가 막 튀겨 김이 솔솔 나는 취두부를 먹으며 내게도 내밀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한 개를 먹었다. 고소한 맛도 나면서 그냥 튀긴 두부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맛있다고 했더니 또 하나를 내밀어 결국 두 개나 먹었다. 역시 둘째 아이도 거절 못하고 취두부를 먹었다. 취두부를 오물거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까칠 입맛의 아이 마음이 조금은 성장했을 것 같다.
취두부(臭豆腐)
만약 취두부 냄새와 발디딜틈 없는 인파로 정신 없는 야시장에 우리 가족만 왔더라면 안쪽으로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돌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취향에만 맞는, 우리가 아는 것만 찾아 다니는 반쪽 짜리 여행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둘째 아이가 친구들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경험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뿌듯했다.
자식에게 만권의 책을 사주는 것보다 만리의 여행을 시키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그 말에 깊은 공감을 하는 여행이었다.
레몬버베나(littlep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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