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원 사재기•차트 조작 논란으로 한국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원 사이트 멜론과 벅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은 바로 ‘역주행’이다. 역주행은 음원 차트에서 순위가 낮고, 발매 한 후 시간이 지난 음반들이 모종의 이유로 순위가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을 지칭한다. 예로부터 특정한 기념일을 겨냥하거나 대표한 노래들이 차트를 역주행 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보였지만, 최근엔 기념일과 무관하게 역주행을 통해 재조명 된 아티스트들이 늘고 있다.
차트 조작, 어떻게?
음원 차트 역주행은 이런 순기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엔 음원 차트 산정 방식과 시스템의 맹점을 노리고 음원 차트를 조작해서 역주행을 한 사례들이 생겨났다. 어떻게 해서 이런 조작이 일어난 것일까?
멜론과 벅스 등 한국 최대 음원 사이트들은 차트를 실시간, 일간, 주간, 월간 등으로 나눠서 제공하고 있다. 정확한 산정 방식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기본적으로 집계 기간 안의 스트리밍(음원을 온라인으로 듣는 횟수)과 다운로드 횟수를 합산 해서 음원 순위가 매겨지게 된다. 최근 일어난 차트 조작 사건은 실시간 차트에서 일어났고, 순위권 밖 음원들이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실시간 차트에서 1위까지 올라가는 현상을 보였다. 이 시간대에는 음원 차트 사용자 수가 현저히 줄기 때문에 차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트를 조작은 불법 업체들이 가수들의 기획사를 통해 돈을 받은 후,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특정 음원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음원을 역주행시키고 있다. 약 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달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 번 차트에 노출되면 많은 사람들이 역주행한 음반에 관심을 가지고 듣기 때문에 사실은 이런 조작이 50위권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한국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음원 시스템 개편 방향성은?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들고 있다.” 가수 윤종신이 음원 차트 조작 등의 사건들을 두고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비록 한 문장으로 표현됐지만, 최근 일어났던 사건들을 단면적으로 보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음원 차트 상위 50에서 100위가 대중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요즘, 한국 음원 차트들은 거액을 들여서라도 차트 상단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싶은 아티스트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신이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작품을 대중에게 노출 시킬 수 있는 제일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 바로 음원 차트이기 때문이다.
미국 빌보드 차트
대중의 음악적 취향을 대변 하기보다 대중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제한하는 음원 차트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음원 시스템 자체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미국 빌보드 차트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를 포함해서 유튜브(동영상 사이트) 조회수와 라디오 노출 횟수 등 좀 더 다방면에서 음원 순위를 산정한다. 미국의 또 다른 초대형 음원 사이트인 스포티파이(Spotify)는 음원 차트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다. 이 사이트는 빅테이터와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 분석을 기반으로 관련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대중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문체부 대응
최근 정부는 음원 차트 조작을 규제하기 위해 새벽 2시에서 6시 동안 차트 순위 노출을 금지했다. 또 올해부터 3억 3000만원을 들여 ‘공정한 음원 유통환경 조성 지원’ 사업을 신설해 음원사재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음원 사이트들의 기본적인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중들은 계속해서 좁은 음악적 스펙트럼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비주류 아티스트들과 평론가들은 예로부터 가수라는 예술인이 창작한 작품에 기준을 적용해서 순위를 매기는 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 해왔다. 음원 차트의 허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차트 조작 사건을 계기로 한국 음원 시스템이 이제는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 같다.
학생기자 박우주(상해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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