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봄은 매화의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어느 곳을 가든지 화려하게 만개한 각종 꽃들이 봄의 여심을 사로잡는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몇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화려하게 만개한 하얀 목련꽃 과 뒷산에 핀 분홍색 진달래꽃. 한 친구가 자긴 하얀 목련을 제일 좋아한다며 프로필 사진을 하겠다 하는데 난 여기 상하이는 목련은 지천으로 깔렸다며 온갖 형형색색의 꽃 사진을 보내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대륙의 풍성하고 화려한 공원이라도 우리나라의 산 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요즘처럼 공기가 좋지 않아 마치 어디나 오염된듯한 환경에서는 인공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 어디를 가도 자연의 산을 끼고 있는 우리 나라는 정말 축복받은 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움츠렸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상하이에도 어김없이 생명체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나도 그 기운에 편승해 뭔가 새로운 기를 받고 싶은 마음에 들뜬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론 주말 모든 시간이 우리부부의 것이 됐고 이번 청명절 연휴 남편의 안내로 교외로 나들이를 따라 나섰다.
수년 전부터 봄이면 제주도에 유채꽃 놀이가 한창이라 늘 궁금했었고 또 2년전에 귀주성 만봉림이란 곳에서 평생 볼 유채꽃을 다 보았노라 하며 큰소리 쳤지만 계절은 늘 새롭고 해마다 나이 들며 바라보는 어떤 것도 새로우니 살아있다는 감정은 언제나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하다.
상하이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니 쭉 뻗은 외줄 길에 치솟은 가로수, 마법의 도시에나 나올듯한 기이한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노랗게 핀 유채밭과 과실수가 지천인 그곳. 상하이에서 15년, 그 중 10년을 칭푸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가까이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듯한 기쁨에 흥분됐다.
길 사이마다 수로가 있고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김밥과 커피를 마시며 귓볼을 간지럽히는 봄바람에 유채꽃 향기를 맡고 낚시꾼에 낚여 팔닥이는 작은 물고기를 보기도 하며 봄을 누렸다. 따스한 봄볕 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조용한 시골길을 걸으며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고 지금을 감사하며 또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눈부신 상하이의 개발 속에서 아직(?) 보존된 자연은 더욱 빛이 났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변화한다는 진리가 곧 유채가 지면 들꽃이 한창일 것이고 그리고 유실수에 열매가 맺고 갈대가 바람에 흔들릴 변화무쌍한 대 자연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우리는 머지않아 곧 이곳을 찾을 것이고 창조의 신비와 자연의 경이로움에 또다시 노래할 것이고 감사할 것이다. 이렇게 상하이의 봄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주며 가고 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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