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 100주년 아카데미> 3강, 서지현 검사 강연
페미니스트세요?”
“저,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녜요.”
“성별, 인종,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임시정부 100주년 아카데미> 상하이 강연에 초청된 서지현 검사는 “한국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페니미즘은 ‘워마드(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남성혐오 사이트)’다, 과격하다, 여성우월주의라는 인식이 크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는 무뇌아·전염병자 취급을 받고 ‘페미니즘은 필요 없다’로 귀결짓는다”라며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지적했다.
이날 서지현 검사는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으며,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한국의 페미니즘 역사, 성차별 현황 등을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근거로 설명했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해 1월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증언하며, 단단한 검찰 조직 내 권력형 성폭력을 세상에 드러내며 한국사회 미투 운동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자신이 증언으로 “검사도 성폭력을 당하는구나, 성폭력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구나, 피해자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구나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성희롱, 성폭력을 참아내야 한다, 문제 삼으면 여성으로서 살아남을 수 없다, 잘나가는 남성의 발목을 잡는 꽃뱀 취급을 받게 되는 분위기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고백했다.
미투 1호 일본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
“대한민국 미투 1호는 제가 아닌 위안부 피해를 세계 최초 증언한 김학순 선생님이다.”
서 검사는 미투로 여성 권리를 주장한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 언급하며 전세계 위안부 피해자는 2만명, 그러나 일본은 3000~800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중 한국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39명, 현재는 21명이 생존해 있다.
조선시대 ‘여성인권선언서’ 서양보다 앞선 페미니즘
또한 서 검사는 조선시대 1898년 최초 여성인권선언서가 있었고, 일제 침략기인 1919년 남녀평등원칙과 여성참정권 선언, 1927년 최초 여성운동조직이 설립돼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등 한국 페미니즘 역사는 서양보다 앞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총 2000명 독립운동가 중 여성독립운동가는 2.8%에 불과하다. 그는 “국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항상 함께 해 왔으나 역사 속에서 지워졌다. 보조자에 불과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韩 8년간 연인·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739명’
위키백과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뜻한다. 서지현 검사는 성별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의 성차별 현황을 수치로 제시했다. ▲남녀 임금격차가 36.67 %로 OECD 중 임금격차 30% 이상인 유일한 나라 ▲500대 기업 임원 중 3%, 3% 마저도 대부분 그룹 오너 딸 ▲고위공무원 5.2% ▲국회의원 17% ▲검찰간부 2.52%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 2%가 여성, 가정폭력 구속 비율은 0.008%, 성범죄 경찰 구속 비율 8%에 불과하며, 8년간 연인 또는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739명이라는 충격적인 통계수치를 발표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고 맞고 성폭력 당하지 않는 세상
한국은 1945년 여성참정권 확보됐다. 유럽보다도 빨랐다. 서 검사는 “이제 성평등 지향을 넘어서서 인종 민족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까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주장까지 펼쳐져야 할 것”이라며 “안전하게 살아가야 할 권리,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말아야할 권리가 실현되고, 성별이 아닌 재능과 노력에 의해 평가받는 세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 당하지 않고 맞지 않고 성폭력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또 “미투가 번져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방현주 전 MBC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2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청소년 대학생들 참여가 높았던 만큼 젊은 층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호응 속에 진행됐다.
<임정 100주년 아카데미>는 지령 1000호를 맞은 상하이저널이 주최하고 진선미 더불어아카데미,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흥사단 상하이지부, 재상하이이화여대동문회, 재상하이한양대동문회, 상하이한인여성네트워크 ‘공감’ 후원으로 개최됐다. 또한 강연장 입구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 30여 점이 흥사단 상하이지부 주관으로 전시됐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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