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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강연 "피해자는 남고, 가해자는 모습 감췄다"

[2019-04-13, 04:25:59] 상하이저널
서지현 검사 <임정 100주년 아카데미> 강연
위안부·미투 ‘용기있는 고백’으로 세상에 드러나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 아닌 ‘차별’ 말라는 것
“죽이지 말라, 데이트폭력 말라, 임금차별 말라”


“피해자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페미니즘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미투 1호 서지현 검사가 상하이 일보 1000호 기념 <임정 100주년 아카데미> 네 번째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날 서지현 검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부터 현재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미투운동 그리고 여성 인권을 얘기하며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해 강연했다.

#metoo란?

2006년 인권 운동가 타라나 버크는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여성에 대한 성범죄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Me too”라는 문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2017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그의 지위를 이용해 30여년간 다수의 여성들에게 성추행,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로부터 공론화 된 후 앨리사 밀라노가 제안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가 등장하며 서구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각계각층으로 뻗어나갔다.

한국 미투 1호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

‘미투’가 대한민국에 상륙하기 이전에도 피해를 호소했던 여성들은 있었다. 바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1991년 김학순 선생님이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알리며 시작됐고 이후 240명의 피해자가 증언했지만 현재도 일본 정부는 그 어떤 사과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위안부 피해자는 국내는 물론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당시 일본 제국이었던 일본이 점령했던 국가 출신 여성들이지만 그 중 사과를 받은 피해자는 아무도 없다.

한국 페미니즘은 어떻게 시작됐나?

처음 위안부 피해자들이 증언을 시작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순결을 잃어 놓고 부끄러운 줄 모른다, 사실 매춘부가 아니냐는 등의 망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망언은 구시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여성관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 제도 및 관념에 억압된 여성들을 해방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다.

한국의 경우 국가에서 지정된 여성 독립 운동가의 수로 그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여성 독립 운동가는 남자현, 윤희승, 안경신, 권기옥 등이 있지만 이는 극소수이다. 그 이유는 당시 여성들에게 가해진 ‘여성이란 아이를 돌보고 농사일을 하고 지아비를 모시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강요 된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유관순 열사도 1급 훈장을 받은 것이 아닌 서훈등급 3급이라는 것에 현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페미니즘

2015년 ‘김군 사건’이라 불리는 한국 청소년 이슬람 국가 가담 사건에서 김군은 트위터로 ‘난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러므로 IS가 좋다’라는 트윗을 한 것이 밝혀지며 한국 사회에 ‘페미니스트’가 대체 무엇이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해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자 인터넷 극우 사이트 통칭 ‘일베’에서 최초 감염자는 두 명의 여성이며 격리를 거부하여 메르스가 한국에 퍼진 것이다, 라는 근거 없는 낭설을 퍼트리며 여성에 관한 무차별적인 욕설을 퍼붓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메갈리아가 나타났다. 그들은 인터넷에 만연했던 여성 혐오의 반동으로 등장했으며 여성을 비하하는 망언에 주어를 남성으로 바꾸는 ‘미러링’을 시도했다. 언론에서는 더욱 자극적 보도를 하며 사태를 부추기며 남녀 성대결로 몰고 갔다.

이어 영 페미니스트가 등장하며 현재의 여성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2016년도에 일어난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에서 검거된 살인범이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와는 모르는 사이’라는 진술을 한 것을 기점으로 ‘여성이라 살해당했다’, ‘나는 오늘도 운 좋게 살아남았다’라는 등의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이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는 한국의 광장 페미니즘의 첫등장으로, 그 이후 검은 시위(낙태찬성운동), 혜화역 시위(불법촬영근절을 목표로 시작, 홍대 남자모델 몰카사건 이후 여성 가해자가 바로 구속되어 포토라인에 세워진 것에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의 미투운동이 시작됐다. 서지현 검사가 검사 고위 간부로부터 공개된 장소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촉발됐다. 이후 각계각층에서 ‘나도 당했다’며 많은 피해 여성들이 나섰다. 많은 가해자들이 고소, 고발을 당했지만 그 중 많은 수가 사과는커녕 피해 여성을 역고소, 무고죄 고소를 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남성들이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한 여성들을 공격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아이돌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그 사실을 이야기했다는 것 만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 또한 SNS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글을 공유했다는 사실 만으로 항의를 받자 게임회사 넥슨은 김자연 성우를 해고해버리는 사건이 일어나며 한국의 페미니즘 문제에 불을 지폈다.

한국은 성평등 국가인가?

답은 ‘아니오’이다. 명확히 보이는 것만 얘기한다고 해도 현재 한국의 임금 격차는 36.67%이며 이는 OECD국가 최하위수준이다. 거기다 강력 범죄의 피해자의 85%는 여성이다. 한국에서 이미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라고? 틀렸다. 여성은 그저 지워진다. 그들은 단지 정당한 권리를 원하는 것뿐이다. 현재 한국에서 여성들이 외치는 것은 ‘죽이지 말라’, ‘데이트 폭력을 멈춰라’, ‘동일노동-동일임금’과 같이 무척 기본적인 것이지만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들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것은 여성 우월주의가 아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것과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하는 것, 그리고 피해자를 ‘꽃뱀’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위안부 사건과 미투는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슬그머니 그 모습을 감췄다는 것에서 닮아있다. 또 그 피해자들이 용기 있는 고백으로 그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는 것 또한 닮아있다. 언젠가 이 용기들이 모여 평등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해본다.

학생기자 이혜원(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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