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날씨가 좋고 나쁘고를 그날의 미세먼지가 심각한지 아닌지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근 몇 년 만에 우리에게는 이제 미세먼지 없는 날이 곧 날씨 좋은 날이 되어 버렸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대두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작년 말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 [인 더 더스트]는 유례례없던 미세먼지 재난 영화로 극 중 프랑스 인구 60% 이상이 미세먼지에 의해 사망하는 모습을 그렸다.
세계 미세먼지 농도 pm2.5기준(출처 어스널스쿨)
구글 트렌드로 알아본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
구글에서는 본인들이 가진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키워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와 그에 관련된 이슈 등을 분석해주는 구글 트렌드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능의 구글 트렌드에 키워드로 ‘fine dust (미세먼지)’를 입력해 보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지난 12개월간 사람들의 관심도 변화, 지역별 관심도, 관련 검색어 등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미세먼지에 대한 시간에 따른 관심도 변화에 있어선 올해 들어 사람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이에 관심이 많은 나라로 꼽혔다. 2위인 싱가포르와 비율을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미세먼지’에 대한 관련 검색어 상위 5개 중, 무려 3개가 한국의 미세먼지에 관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올해 들어 더 급격히 심각해졌다고 느끼며, ‘미세먼지’ 가 한국과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글 트렌드로 알아본 전세계의 미세먼지 관심도(출처 구글 트렌드)
중국 항저우에서 전하는 미세먼지 실태
최근 들어 한국 가족, 친구들로부터 걱정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한국이 미세먼지가 심각한데 중국에 사는 너는 오죽하냐는 것이다. 사실 올해 들어 한국에서 미세먼지에 관한 기사가 나오지 않은 날이 없다.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덮인 서울 시내의 사진들은 끝이 보이지 않고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러한 한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수준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원인이 중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진짜 중국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중국의 면적이 워낙 넓은 관계로 필자가 거주 중인 항저우가 기준이 됨을 밝힌다.
4월 7일 오전 12시 미세먼지 농도, 항저우와 서울(출처 어스널스쿨)
미세먼지, 중국이 심각한가 한국이 심각한가?
많은 사람이 중국의 대기오염 정도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의 체감 미세먼지 수준은 사실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심지어 어쩔 땐 중국이 더 좋기까지 하다. 실제로 필자는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거의 없이 화창한 날에 되려 한국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을 경험했다. 비행기로 한국에서 중국까지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2시간 전 한국에 있던 사람들이 중국에 도착해서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어째 중국 하늘이 더 맑은 것이냐”이기도 하다.
실제 유엔 환경계획으로부터 베이징은 5년 새 미세먼지를 36%나 감축한 것으로 미세먼지 절감의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하였다. 이쯤 되면, 이상하다. 중국에 사는 필자가 보기에도 중국의 미세먼지 수준은 예전보다 더 나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보다 하늘이 맑기도 하기 때문이다. 혹시 풍향에 의해 중국에서 발생된 고농도 미세먼지가 빠르게 한반도로 넘어간 것은 아닐까.
한국보다 맑은 중국의 하늘(출처 만토우)
중국의 입장:
“한국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면 왜 중국은 줄고, 한국은 늘었는지 설명해야”
중국은 한국에서 국내의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자신들을 꼽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에서는 한국의 미세먼지라는 뜻인 ‘한궈 우마이(韩国雾霾)’라고 입력하면 바로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부터 왔다(韩国雾霾来自中国)’라는 관련 검색어가 바로 등장한다. 해당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한국이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기사들과 한국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보인다. 그들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면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중국 대기엔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반면 한국은 전체가 미세먼지가 덮여있는 이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반문한다.
중국 측에서 제시하는 증거자료(출처 바이지아하오)
낮아지고 있는 초미세먼지 수준(출처 바이두)
한국의 입장:
중국은 북부지방의 미세먼지가 감소했던 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고 착각한다. 아래의 사진은 NASA의 테라/아쿠아 위성에 포착된 모습이다. 왼쪽부터 2월 26일, 2월 28일, 3월 1일 사진인데, 26일 한반도 상공은 중국과 달리 맑았지만, 28일부터 중국 오염물질이 들어오면서 1일에는 서해와 한반도 서쪽이 스모그로 뒤덮여 버렸다. 이를 보면 중국발 오염물질이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오는 모습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중국발 오염물질로 뒤덮인 한반도의 모습(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4월11일 오전 1시,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과 바람의 방향(출처 널어스)
중국인들은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생각할까?
한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는 것에 비해 중국에서 체감하는 중국인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 제기성은 한국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먼저, 중국과 한국이 느끼는 미세먼지 심각성의 온도차는 ‘마스크’의 사용 여부로 말해 볼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한국은 길거리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국만큼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심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쉴 새 없이 배달을 하는 배달원들조차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가 많지 않다. 마스크 착용 여부 외에도, 주변 중국인 친구들과 얘기해보아도, 미세먼지에 대해 큰 경각심을 느끼는 경우는 없었다. 그저 공기질이 안 좋은 것뿐이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에 비해 미세먼지를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인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중국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또 한국보다 더 맑은 하늘인 중국의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럴 때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의 맑아진 하늘을 들이밀며 한국의 미세먼지는 온전히 우리 탓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항상 베이징만을 근거로 제시해 오는 것과, 한국과의 공동연구는 피하려고 하는 것, 대기오염 수준과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여러 관측 데이터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는 것등은 사실 이들의 강력한 주장과는 상반되는 모습들이다. 중국은 ‘나는 좋아지고 있는데, 왜 내 탓을 하냐’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보다 상대국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일을 풀어나가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학생기자 김주호(저장대 금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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