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잘된다는 기업의 기준은 무엇일까? 엄청난 인구를 보유한 중국에서는 ‘전국적으로 혹은 전역에’서 성공할 필요도 없이 하나의 성(省) 혹은 시(市)에서만 성공해도 누구든 부럽지 않을만한 부호가 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곤 한다. 연매출 한화 50조원, 중국 전역에 5200여 개의 점포를 낸, 그야말로 대박인 기업이 있다. 바로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이다.
중국 진출 초기 KFC 인식
KFC는 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2017년 연 매출 한화 50조원을 기록하며 중국 전역에 5200여개의 점포 수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 KFC 매장을 통틀어 중국이 가장 많다. KFC가 중국 전역으로 퍼지게 된 데에는 ‘타이밍’도 한 몫 했다. KFC는 중국의 개혁개방 직후에 중국에 처음으로 들어온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첫 발을 디딘 만큼 중국에서 무궁무진한 기회를 얻었다. 중국의 KFC 1호점은 전략적으로 만리장성 가까이에 위치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 주변에 배치함으로써 관광객들과 더불어 현지인들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 중국인들이 소고기와 같은 다른 종류의 육류와는 달리 닭고기를 선호했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KFC는 중국인들이 처음으로 접한 서양풍의 음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내 평판은 미국과는 사뭇 달랐다. ‘패스트푸드’는 보통 싸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만연했던 것에 비해 중국에서 그와 반대로 사치품에 가까웠다. KFC를 ‘패스트푸드점’ 보다는 ‘레스토랑’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당시 미국 브랜드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통했기 때문.
한 사업체가 그 나라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있다. 바로 그 문화에 녹아 드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그 나라의 문화와 습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나락의 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KFC는 중국의 문화에 녹아 들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온 업체이다. 그 결과, 중국내의 많은 점포 수를 가지게 됐고, 영업 매출 또한 평균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역적 취향에 맞게 계속 조정하기 위해 더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고, 판매 촉진을 위해 종종 인기 연예인, 음악 그룹, 브랜드와 협력하고 다소 소외돼 있는 지역에 다른 브랜드들보다 먼저 입점해 그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KFC의 현지화 전략 ‘아침 메뉴의 등장’
KFC는 그에 대한 대응을 가장 기본인 메뉴에서 시작했다. 예를 들어 중국인의 식문화에 특화된 음식인 ‘요우티아오(油条)’나 ‘판퇀(饭团)’, 그리고 ‘죽(粥)’과 '도우장(豆浆)’를 판매하는 등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라는 인식을 깰 수 있는 메뉴를 판매했다.
지난해 기차역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KFC를 방문했다. 아침 시간대라 메뉴에 대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큰 오산이었다. 중국인들이 많이 먹는 아침식사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위탁판매도 아닌 그 매장에서 제작을 하고 있었다. 사람 또한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한국의 KFC에는 아침 메뉴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KFC의 새로운 도전 ‘Kpro’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KFC의 매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2017년도에 KFC에서 런칭한 브랜드 ‘케이프로 Kpro’다. 케이프로는 KFC가 중국의 지주회사 Yum China(白胜中国)를 통해 런칭한 브랜드로 중국의 변화하는 입맛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맛과 혁신을 통해서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의 관심과 충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시도이다. 케이프로는 튀긴 치킨이나 KFC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메뉴들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과일 주스, 퀴노아 샐러드, 그리고 연어 샌드위치와 같은 메뉴들을 판매한다. 이를 통해 KFC가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 또한 알 수 있다.
중국 토종 패스트푸드 브랜드 ‘Dicos 德克士’
KFC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중국 패스트푸드 토종 브랜드 ‘디코스(Dicos 德克士)’. 이 브랜드는 1994년에 쓰촨성 청두에 설립된 브랜드로 KFC와 비슷한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다. 치킨과 햄버거는 물론이고, 아침 식사 메뉴로 중국인의 식습관에 맞는 죽, 두유와 요우티아오 그리고 차와 덮밥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KFC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31%인 것에 반해 8%에 그친 디코스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 ‘루이싱 커피’의 위기
판매가 잘 되고 승승장구하는 브랜드들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바로 스타벅스 대항마로 런칭한 중국의 커피 브랜드 ‘루이싱 커피(瑞幸咖啡)’다. 루이싱커피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KFC와 디코스와는 달리 2017년에 설립된 신생 브랜드이다. 런칭 이후 중국 안팎에서 대형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가 29억 달러로 급성장 하는 듯 보였다. 런칭 이후 18개월간 누적 적자 한화 378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2370개의 매장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만 2500여개의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매장 수 기준 스타벅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커피뿐만 아니라 모든 음료업계의 경쟁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공짜나 할인 쿠폰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이후에도 계속 루이싱 커피를 마실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루이싱 커피 구매 고객 수는 4342만명으로 작년 4분기 6545만명보다 30%가량 줄었다.
막대한 자본금과 사업확장 또한 중요하지만 결국 본질은 ‘맛’, ‘현지화’와 ‘발 빠른 대응’ 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단순히 막대한 자본으로 몸집 불리기만 해서는 잘 되는 것이 보장돼 있지 않은 것이다. 시장의 변화 또한 이전에 비하면 매우 빨라지고 있고 경쟁사들 또한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KFC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있다. 바로 발 빠른 대응과 현지화다.
학생기자 장영준(저장대 영문학과)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Today 핫이슈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