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명 오토바이 생산업체 할리 데이비슨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중국에서 오토바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0일 환구망(环球网)은 19일 러시아투데이(RT) 보도를 인용해 할리 데이비슨이 중국 최대 오토바이 제조업체 중 하나인 첸장(钱江) 오토바이사와 협력해 현지에 신형 오토바이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될 계획인 신형 오토바이의 엔진 배기량은 338cc로 할리데이비슨의 116년 역사상 배기량이 가장 낮은 모델이다. 이 모델은 오는 2020년 말부터 중국에서 판매될 전망이다. 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충분히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첸장 오토바이 측은 설명했다.
할리 데이비슨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 매출 감소와 무역 관세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할리 데이비슨의 미국 매출은 지난 2015년 16만 8000대에서 2017년 14만 8000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미국의 관세 인상의 역풍을 맞아 유럽이 미국산 오토바이에 대한 관세를 기존 6%에서 31%까지 올리면서 더욱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에 할리 데이비슨은 중국 공장 건설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오는 2027년까지 매출 절반을 미국 외 시장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할리 데이비슨은 중국을 주요 성장 시장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할리 데이비슨의 중국 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27% 증가하기도 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한때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메이드인 어메리카’, ‘진정한 미국의 상징’이라고 말할 만큼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유럽의 미국산 수입 오토바이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일부 생산 업무를 태국으로 이전하자 트럼프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구매 자제 메시지를 보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할리 데이비슨의 이번 행보는 트럼프의 화를 더욱 돋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할리 데이비슨은 1903년 처음 탄생한 세계 10대 명품 오토바이 브랜드 중 하나로 본사는 미국 위스콘신 주에 위치해 있다. 중국 시장에는 지난 2005년 상하이에 첫 사무실을 차리면서 정식으로 진출했다. 지난 15년간 할리 데이비슨은 수입 방식으로 고가의 미국산 오토바이를 중국 시장에 판매해왔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