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중국 법인 매각은 논의 대상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던 까르푸가 결국 쑤닝닷컴(苏宁易购)에 대주주 자리를 넘겨줬다.
23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에 따르면, 쑤닝닷컴은 23일 완전 출자 자회사 쑤닝국제(苏宁国际)가 48억 위안(8100억원)에 까르푸 중국 법인 지분 8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까르푸 그룹은 보유 지분이 나머지 20%까지 줄어들면서 사실상 쑤닝닷컴에게 주인 자리를 내준 셈이다.
앞서 까르푸는 지난해 초 흘러나온 ‘까르푸 중국 철수설’에 대해 여러 차례 정면 반박한 바 있다. 당시 온라인에는 까르푸가 텐센트에 중국 법인 지분 전부를 매각하고 중국 시장 철수 수순을 밟을 거라는 글이 퍼졌다.
이 소문은 까르푸 중국 법인이 지난해 연초 텐센트와 전략적 협의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업계 인사들은 까르푸가 중국 법인을 매각한다면 그 주인공은 텐센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하지만 뜻밖에 소문의 주인공은 쑤닝으로 결론났다.
쑤닝닷컴은 인수 비용 48억 위안을 모두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인수가 쑤닝의 현금 유동 상황이 양호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 금액에 대해서도 쑤닝닷컴의 수지에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까르푸 중국의 지난해 영업 이익은 300억 위안(5조 600억원)으로 쑤닝닷컴 지난해 영업 이익의 12%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매각으로 쑤닝닷컴이 중국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세제, 면도용품, 화장품, 비누 등 소비 속도가 빠른 비내구성 소비재) 시장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쑤닝닷컴은 지난 2월 중국 내 완다(万达) 백화점 37곳 전부를 인수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 ‘강자’로 업계 입지를 강화한 바 있다. 여기에 까르푸 중국 법인까지 더하면 쑤닝닷컴은 전방위 스마트 신유통을 확대함과 동시에 FMCG 업계를 넘나드는 획기적 발전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쑤닝 측은 “까르푸 중국은 1,2선 도시의 핵심 위치에서 대량의 우수하고 희소성 있는 네트워크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쑤닝 유통 시스템 회원 4억 명과 까르푸 중국의 회원 3000만 명이 서로 호환돼 쑤닝의 회원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