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업계에 LG전자가 베이징 핵심 상권에 위치한 LG 쌍둥이 빌딩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빌딩 예상 판매가는 87억 7000만 위안(1조 5000억원)으로 14년 전 투자액의 3.19배에 달한다.
16일 중국경제망(中国经济网), 시대주보(时代周报) 등 현지 매체는 한국 전자업계의 거두 LG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사업적으로 거두지 못한 이익을 뜻밖에 부동산에서 거두게 됐다고 보도했다.
LG전자는 지난 2005년 27억 5000만 위안(4700억원)을 들여 베이징 번화가인 젠궈먼(建国门) 상권에 쌍둥이 빌딩을 세웠다. 현지에서는 빌딩이 립스틱 모양과 닮았다는 이유로 ‘립스틱 빌딩(口红楼)’으로 불리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LG 쌍둥이 빌딩은 140미터 두 개의 고층 빌딩으로 각 동에 총 34층, 면적 8만 2645평방미터에 달한다. 빌딩은 톈안먼(天安门) 광장 인근 창안루(长安路) 베이징상무중심구역(CBD)에서 최초로 외국인이 세운 건축물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을 상징하는 중요한 랜드마크로 여겨졌다.
현재 LG전자, LG 화학 등 LG 계열사는 이 건물의 약 20% 공간을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중국 기업, 외국계 기업에 임대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쌍둥이 빌딩 매각설에 LG 관계자는 “빌딩 판매 수익금은 향후 발전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며 “자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 오피스 빌딩 매각 전문가는 “LG 쌍둥이 빌딩은 14년의 역사가 있고 베이징 중앙 비즈니스 구역의 주요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임대율이 줄곧 안정적인 상황이었다”며 “상대적으로 완전하고 우수한 빌딩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판매가 87억 7000만 위안은 평방미터당 10만 위안 정도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다”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베이징 타 비즈니스 상권의 시장 평균가가 평방미터당 12만 위안인 점을 고려해 보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LG의 베이징 쌍둥이 빌딩 매각설이 퍼지자 업계에서는 LG가 중국 시장에서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중국 시장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월 IT 전문 매체 GSM아레나(arena)는 LG 모바일 사업이 이미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총 적자액은 25억 달러(3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LG에게 유일한 위로는 약 30억 위안을 들여 매입한 베이징 빌딩이 14년 뒤 60억 2000만 위안(1조 330억원)의 이익금을 남긴 사실이 될 것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