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화 | 미디어일다 | 2018.3.
만약 “당신의 아들이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 아들은 절대 아니에요.”라고 답변할 것이다.
아들 가진 부모들은 아들과 얼마나 많은 성적 대화를 나눌까? ‘우리 애는 성 문제만큼은 모르고 지나갔으면.’, ‘내 자녀만큼은 피해자가 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만 있을 뿐, 실제로 아이들과 일상적인 대화의 주제로 삼지 않고 묵인한다.
저자는 성교육이 궁극적으로는 관계와 권력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학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가해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여자아이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육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으며,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가해 행동에 대해 무뎌지는 것을 거부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며, 지금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성교육은 이 사회에 개입할 수 있는 정치적 실천이라고 정의한다. 약자를 대상으로 성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식이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가르치지 않는다면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권력을 가질수록 절대 그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아이의 자기표현 능력은 누군가로부터 존중받을 때 커진다고 한다. 아이가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아동 성폭력이나 유괴 등에서 나타나는 그루밍을 끊어내려면, 적어도 그 아이는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자기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자유롭게 표현해 왔어야 하고 또, 그에 대해 부모나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지지받은 경험이 무수히 누적된 상태여야만 한다. 과연 당신의 자녀는 지금 그러한 존중을 받고 있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어른들이 평소 아이들을 대하는 일관적인 태도다. 어른들이 아이의 표현을 얼마나 많이 들어주고 얼마나 '그대로' 수용하며, 나아가 그 아이를 동등한 인격으로 대우하고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나누는 성적 대화는 부모가 단순히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성교육하는 게 아니라는 것, 존중하는 태도 역시 그 아이의 성적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초등학생에게 성교육은 영어교육보다 중요하다.
박은혜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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