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네 브라운 | 더퀘스트 | 2016년7월
-숨기지 마라, 드러내면 강해진다
나는 가난한 가정의 오누이 중 맏이로 태어났다. 내가 여덟 살 때 아빠는 사고로 노동력을 상실했고, 생의 유일한 희망은 오누이가 번데기로부터 나비로 변하기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뿐이었다. 그때부터 부모님들의 모든 기대는 맏이인 내 등에 얹어졌다. ‘넌 꼭 우수해야 한다, 나약하면 도태된다, 네가 강해야 우리 집 살릴 수 있어….’ 이런 말들로 세뇌당하고 나 또한 이런 생각으로 자신을 무장시키며 강한 척 살아왔다.
그러다 40대의 언덕을 넘고 나니 모든 게 힘에 부쳤다. 이와 동시에 찾아온 것은 무능한 자신에 대한 비난과 조소, 끝없는 자책이었다. 남편이 성격이 날카로워지면 그것도 아내인 내가 잘 보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고, 아들의 학업 성적이 좋지 못해도 모두 엄마인 내가 좋은 습관을 키워주지 못한 탓이고, 회사에서 잘나가던 오더가 끊기면 그것도 고객 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라고 자신을 몰아쳤다. 그렇게 세상 모든 화살을 온몸으로 막으며 안간힘을 쓰던 때 이 <마음 가면>을 만났다. “숨기지 마라, 드러내면 강해진다”는 부제목이 유달리 마음을 끌었던 것이다.
거의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마음에 잠재하고 있던 불안이 스르르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작가가 분석하는 불안의 원인은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재현한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변하지 않아도, 강해지지 않아도, 자신의 취약성을 끌어안고 취약한 상태 그대로 세상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해질 수 있음을 배웠다.
특히 “내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길 바라는가?”라는 대목이 감명 깊었다. 육아란 본래 수치심과 비판의 지뢰밭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불확실성과 자기 의심을 헤치며 나아간다고 말한다. 수많은 육아 책을 읽으면서 실천과 이론 사이에서 방황하고 헛갈린 적도 수없이 많았는데, 자신이 완벽한 부모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내면의 두려움이 작용한 탓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중에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우리가 육아에 관해 얼마나 많이 아는가에 달려 있지 않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며, 우리가 세상에 어떻게 참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육아는 말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 즉, 부모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고 애들이 사랑을 배우게 된다는 관점을 머릿속에 새겼다.
나 역시 가정에서부터 용감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용기란 사람들 관계 속에 참여하고, 우리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취약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거니까.
림연옥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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