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각 단체에서 올 한 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화제가 되었던 10대 유행어를 발표했다.
5일 북경청년보(北京青年报)는 최근 국가언어자원감측 연구센터, 상하이 어언문자주보(语言文字周报)가 발표한 2019년 10대 인터넷 용어를 소개했다.
올해 10대 유행어는 중국 인터넷 언어자료보관소(语料库)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지 매체에 다수 노출되고 누리꾼들에게 많이 사용된 단어를 기관 별로 종합 평가해 선정된다.
중국 국가언어자원감측이 올해 선정한 10대 인터넷 용어로는 △불망초심(不忘初心) △도로천만조, 안전제일조(道路千万条,安全第一条) △닝멍징(柠檬精) △하오하이요(好嗨哟) △스거랑런(是个狼人) △위뉘우과(雨女无瓜) △잉허(硬核) △996 △14억호기수(14亿护旗手) △돤셔리(断舍离)가 꼽혔다.
‘불망초심’은 한자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초심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누리꾼들에게 자주 사용됐다. ‘도로천만조, 안전제일조’는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빛나는 ‘유랑지구(流浪地球)’에서 나온 말로 천만 길의 도로 중 안전이 최고라는 뜻이다.
‘닝멍징’은 질투심이 강해 남이 잘 되면 배 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어로 마음이 쓰리다는 뜻의 ‘신쏸(心酸, 마음이 시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하오하이요’는 매우 기쁘고 흥분될 때 내뱉는 감탄사로 누리꾼들에게 즐겨 사용되고 있다.
‘스거랑런’은 사악한 자보다 더 사악한 자를 조롱하는 말로 쓰인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배우이자 랩퍼인 우이판(吴亦凡, 크리스 우)이 지난해 중국판 쇼미더머니 ‘중국신설창(中国新说唱, 랩오브차이나)’에서 ‘si ge(死个, 죽일)’을 ‘skr’로 표현한 것과 결합해 ‘skr랑런’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위니우과’는 너와 상관없다는 뜻의 ‘위니우관(与你无关)’과 발음이 비슷해 생긴 신조어다. ‘잉허’는 하드코어, 매우 강하고 기세가 사납다는 뜻으로 영화 ‘유랑지구’의 흥행 기세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됐다. ‘996’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IT 기업의 야근 문화를 꼬집는 신조어로 누리꾼들과 매체에 광범위하게 쓰였다.
‘14억호기수’는 조국을 사랑하고 국기를 호위하는 중국인들의 애국 감성을 일컫는 단어다. ‘돤셔리’는 지나치게 간단하고 가뿐한 생활 방식을 뜻하는 말로 우리나라의 ‘미니멀라이즘’과 비슷한 단어다.
상하이 어언문자주보(语言文字周报) 선정 2019년 10대 인터넷 유행어
이어 지난 3일 상하이 어언문자주보(语言文字周报)도 올해 10대 인터넷 유행어를 발표했다. △아중(阿中) △판타(盘它) △상터우(上头) △워쏸러(我酸了) △워타이난러(我太难(南)了) △xx의 자유(××的自由) △우리도 모르고 물어볼 용기도 없고(咱也不知道,咱也不敢问) △일은 996, 병 나면 중환자실로(上班996,生病ICU) △x천만조, y 제일조(X千万条,Y第一条) △너의 생각은 필요 없어 내 기분이 중요해(我不要你觉得,我要我觉得)가 최종 선정됐다.
‘아중’은 14억의 팬을 보유한 슈퍼 아이돌 스타, 바로 ‘중국’ 대륙을 뜻한다. 최근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중국 연예인들이 시위대에게 비난을 받자 이들의 팬들이 뭉쳐 함께 ‘아중을 지켜내자’는 의미에서 이 같은 표현이 생겨났다.
‘판타’는 중국 만담 형식의 설창 문예 상성(相声)의 ‘원완(文玩)’에서 나온 표현으로 뭐든 돌리며 갖고 놀면 된다는 유행어다. 원래는 동그란 물체를 손에 쥐고 돌리며 노는 놀이에서 비롯됐지만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거칠거칠한 모든 물건을 돌려서 매끈하게 하라는 장면이 인기를 얻은 뒤 중국 SNS에 선인장, 쥐, 강아지 코, 사람 머리 등을 문지르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상터우’는 충동적이고 이성을 잃게 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한 게이머가 온라인 게임 도타(Dota)를 하다 공격을 당한 뒤 이성을 잃고 참패한 게임을 고집스럽게 계속하는 상황에서 생긴 말이다.
‘워쏸러(我酸了)’는 ‘나는 너무 부럽다’는 뜻으로 자신의 신세를 자조식으로 한탄하는 표현이다. 질투쟁이를 뜻하는 ‘닝멍징(柠檬精)’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다’는 뜻의 ‘쏸’은 레몬을 뜻하는 ‘닝멍’으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다.
‘워타이난러’는 온라인 쇼트클립에서 유래한 말로 ‘나 너무 힘들다’는 뜻이다. 쇼트클립 플랫폼 ‘콰이쇼우(快手)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유래됐는데 영상 속 슬픈 BGM과 진지하게 호소하는 말투가 오히려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수많은 패러디물이 양성됐다.
‘xx의 자유’는 끝도 없이 오르는 식품 가격에 이를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풍자하는 말이다. ‘체리의 자유’는 바꿔 말하면 ‘체리를 먹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으로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밖에 ‘우리도 모르고 물어볼 용기도 없고’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고 ‘일은 996, 병 나면 중환자실로’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현대인들의 피로가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임을 풍자하는 표현이다.
‘x천만조, y 제일조’는 영화 ‘유랑지구’에 나온 대사 ‘도로천만조, 안전제일조(道路千万条,安全第一条, 도로가 수만 갈래여도 안전이 최고)’에서 유래된 말로 ‘건강에 수만 가지 방법이 있어도 잠이 최고(健康千万条,睡眠第一条)’, ‘즐거움에 수만 가지 방법이 있어도 밥이 최고(开心千万条,饭局第一条)’와 같이 응용되어 사용됐다. 마지막 ‘너의 생각은 필요 없어 내 기분이 중요해’는 예능 프로그램 ‘중찬팅(中餐厅)’ 출연자 황샤오밍(黄晓明)이 했던 말로 독단적이고 무지막지한 태도에 대한 풍자와 반감을 풍자하고 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