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시간, 소중한 선물
지난 11월 30일 저녁,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무릅쓰고 뮤지컬 공연장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전문연극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하이저널에서 "마법 같은 위로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뮤지컬 <가족상회>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조선족으로서 고향을 떠나 상하이에서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국인들은 대체 어떻게 타국에서 살까? 실없이 두루 의문이 생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뮤지컬이 상하이의 한 한인가족의 이야기라고 하니 부쩍 호기심이 동했다. 지인을 통해 어렵게 자리 예약을 마치고 기다림 끝에 도착한 공연장, 조금 머쓱했다. 공연장 무대에 면막도, 배경그림도 보이지 않았고 벌거벗은 작은 강당만 댕그라니 객석을 마주하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됐다. 장치, 지탱점도 별로 없고,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노래와 무용은 극 중 아주 가끔, 조명은 그냥 배우의 얼굴을 비추는 정도, 막 간 이음새가 조금 걸리적거려 새 씬을 볼 때 잠깐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등 아마추어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 무대였다.
공연은 실로 마법 같은 위로의 시간이었고 나에게도 소중한 선물이었다. 벌써 두 번째, 세 번째 뮤지컬공연이 기대된다. 상하이의 한국인들이 다채로운 문화 생활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삶의 고단함과 짐을 내려놓고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상하이살이를 영위하기 바란다.
방미선(연출가, 전 연변대학 예술학원 연극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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