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해한국학교 급식 사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야기되면서 학부모들뿐 아니라 교민사회에 안타까움을 안겼다. 급식 문제가 학부모간의 갈등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학교 내에서 급식문제가 발생하면 급식 제공자인 급식업체와 수익자인 학부모와의 대립 구도로 이어진다. 이때 학교가 관리•지도 책임의 역할로 나서 해결방안을 도출해낸다. 이번 상해한국학교 급식 사태는 부실 급식을 발견하고 지적한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을 급식업체가 수용하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중 학부모들간의 갈등으로 확대되며 급기야 급식 개선보다 더 어려운 갈등 회복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급식 사태에서 드러난 한중 학부모간 갈등은 이렇다.
부실 급식 발견, SNS 사진 노출
지난 12일(목) 초등 학예 발표회 참석차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들은 행사 중간 점심시간에 초등 2학년 학생이 배식 받은 급식을 보고 화가 났다.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공유한 것이 급속도로 퍼졌다. 사진을 올린 중국인 어머니 등 3명은 당일 학교, 교사, 급식업체 관계자, 학부모회, 급식소위원회(급식소위) 등 10여 명과 면담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사진을 올린 중국인 학부모는 학교장 등에게 학교 내에서 해결하지 않고 외부로 확대시킨 것에 대한 질책을 받았고, “학생들 스스로 적게 달라고 했고, 음식 낭비를 막기 위한 배식”이었음을 SNS에 올리도록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측은 “원하는 만큼 주고 부족할 경우에 본인이 더 배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를 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고, 16위안에 맞는 급식 정량 배급을 요구해 이를 받아들이고 마무리됐다는 것.
그러나 이날 위챗 반톡방에 올라온 “‘중국 어머님들’이 찍은 사진으로 오해가 있었던……”으로 시작한 해명글 또한 편가르기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학부모회(급식소위)는 곧바로 사과했다.
곰팡이로 보이는 식빵 논란
다음날 13일(금), 15명의 중국인 어머니들이 급식문제 확인을 위해 학교 식당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한 학부모들은 부실 급식 사진은 물론, 전날 중국인 어머니 1명이 학교 면담에서 추궁을 받았으며, 면담 후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이틀간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에 더욱 민감해진 것.
이날 학교장, 행정실장, 급식업체 관계자와 학부모회(급식소위) 등이 참석한 면담 도중, 급식 시간인 11시 식당을 방문한 중국인 어머니 2명이 곰팡이로 보이는 식빵을 들고 회의실로 찾아와 문제의 식빵을 내밀며 흥분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다 어머니들을 향해 반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학교장은 현장에서 곧바로 수 차례 사과했으나, 상황을 전해들은 아버지들에 의해 공론화되면서 위챗 단톡방을 통해 더 크게 불거졌다.
현재 문제의 식빵은 SGS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담당자에 따르면 시료가 적어 검출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학교측은 당일 식빵을 전량 폐기 조치했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자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시료 양이 적어 ‘미검출’이라고 나온다고 해서, 10여 명 학부모들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제빵회사 전문가가 사진으로도 확신한 곰팡이가 곰팡이가 아닌 것이 되지는 않는다”며 “문제의 식자재를 급식업체에 건의하고 확인하기 보다 상황을 회피하려는 식의 학교측의 대응방식을 지적했다.
급식 관련 공청회 130명 참석
학교는 지난 18일(수) 열린공간에서 급식 공청회를 개최했다. 130여명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를 통해 급식 사태와 관련 오해를 풀고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의 발언으로 한중 학부모간의 깊은 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소통하겠다고 나선 학교는 별도 통역을 준비하지 않아 한국상회장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이때 한 학부모는 “상해한국학교는 한국국적자들만이 다니는 학교다. 다문화가정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식 통역을 해야만 하는 문제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 달라”며 진행에 이의를 제기하자, 공청회장은 술렁였다.
교감이 나서 “소통하기 위해서 만든 자리이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한 자리”라고 자르고 진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공청회장은 중국인 어머니들이 발언할 때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은 노골적인 야유를 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가 “학교장에게 반말, 차별 등 모욕적인 말을 듣고 온 아내(중국인)가 이틀간 밥을 먹지 못했다”라며 말을 시작하자, 뒤 편에서 “그건 개인차, 개인성격 탓”이라는 폭력에 가까운 말을 내뱉기도 했다.
공청회 도중 새어 나오는 비매너 야유에 한국인 학부모들은 “급식 사태 이후 위챗 단톡방에서 감지됐던 갈등의 실체를 대면하고 나니 부끄럽고 참담하다”, “누가 한국학교를 부끄럽게 만드는지, 외부로 알려진 부실 급식 사진인지, 내부에서 대놓고 학부모간 편가르는 저급한 수준의 사람들인지….”
이날 중국 어머니들은 일부 학부모들의 야유에도 담담하게 공청회에 참여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한국국적이다. 아들은 지금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고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 우리 모두 목표는 하나다.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 다문화가정 엄마, 한국엄마가 아니라, 우리는 모두 한국학교 엄마들이다”라며 “서로 이간질 하지 말고, (급식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급식 개선과 함께 갈등 회복 노력도
상해한국학교는 급식 문제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학부모간 패인 갈등과 감정의 골을 메우는 일도 함께 해야 한다. 상해한국학교는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이면 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약 32% 가량의 한중 가정 자녀들이 재학 중이다. 각 반에 3~4명 중 1명은 엄마가 중국인인 셈이다.
이번 급식 사태를 통해 중국인 엄마들은 급식 모니터링뿐 아니라 그 외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학교 운영과 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학교 내 소위원회 등 운영과 관련된 분야 외에도 중국인 학부모들의 장점을 살린 활동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협화쌍어학교는 급식문제를 해결하면서 학부모들이 정기적으로 만두 빚기에 참여해 아이들에게 수제만두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로컬학교는 급식실에 제빵기기를 들여놓고 학부모들이 직접 관리해 아이들에게 매일 한 종류씩 신선한 빵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학교 수익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례도 있다. 급식과 관련된 학부모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시도해보는 것도 최근 급식 사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한가지 방법이다.
또한 상해한국학교뿐 아니라 중국 내 한국학교의 한중 가정 자녀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평등•공동체 교육 등 학교와 학부모회의 다방면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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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자 쓰레기네 머지? 정확하게 쓴건지? 본인이 기사를 이렇게 쓰면 이간질 시킨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