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제조업이 상승반전 하고 있다. 1978년 중국의 GDP는 2000억 달러로 세계 GDP의 약 4%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하지만 현재는 불과 40년 만에 GDP가 무려 11조 달러로 증가하며 전 세계 경제 활동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부흥의 이유는 바로 전자제품 제조업이다.
아이폰은 중국산?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맥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그 이유가 단순히 모든 국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애플이 전 세계에 아이폰을 생산하는 시설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립 및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이것은 단지 아이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컴퓨터, TV, 공유기, 핸드폰 등 전자제품을 분해해보면 그 부속품의 일부, 혹은 대부분의 부품이 중국에서 만들거나 조립됐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전자제품 제조 강국이 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강점은 거대한 국토와 많은 인구수로 인해 서양보다 훨씬 값싼 노동력이다. 세계 최대 첨단 기술 제조 거점 중 하나인 중국 선전의 최저임금은 2019년 기준 시간당 3달러 미만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과 넓은 국토는 중국이 외국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유일한 이유라고 하기 어렵다.
값싼 노동력뿐인가?
1970년대, 중국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엄격한 규제를 풀고 외부 투자를 개방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이때 나온 정책 중 하나가 광동성 선전(深圳)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외국 민간기업들이 세금감면 등의 이유로 이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이때 들어오게 된 수많은 외국기업들로 인하여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전인 1980년, 선전은 약 3만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어촌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약 18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캐논과 같은 기업들의 공장 근로자로 일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기업이 수출품 제조 공장을 자국 내에 짓게 하는 것에 노력을 쏟았다. 세금감면이라는 전략은 외국 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중국은 수출품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품, 특히 소형 전자제품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던 미국에 중국 수출품을 들여와 판매하게 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 지출 없이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오늘날 선전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구 도시 중 하나가 됐다. 또 그곳에 뿌리를 내린 많은 회사의 대규모 공장을 통해서 매우 빠르게 생산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기 직전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 선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로 여겨졌다. 중국의 다른 모든 경제특구가 지정되기 전에도 선전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기술자와 공급사슬의 중요성
선전 시내 공장 내부
기업에서 생산 및 조립 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공장과 노동자 외에 그들을 감독할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은 많은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 인재 육성을 통해 관리 및 감독을 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기술자들이 있다.
게다가 넓은 국토와 대규모 공장들을 통해 중국은 기업들에게 공급사슬의 이점 또한 제공할 수 있다. 많은 공장은 맞춤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보드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축부터 나사 하나까지 올바른 모양과 적당한 크기인지 확인하는 것까지 모든 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검수 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새 부품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 내에서 대부분의 제조와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또한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고객의 요구나 디자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시간은 곧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결국은 비용 절감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의 이면
선전 시내 대기 상태와 선전 폭스콘 공장 기숙사 내부
하지만 늘어난 GDP만큼, 많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수출 시장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최근 중국 시민들은 이전보다 소비재, 특히 전자제품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14억 명의 잠재 고객을 가진 거대한 시장이 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중국 시민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그들의 역량을 더욱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역량 확장을 위해서는 최대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데, 이로 인해 환경기준과 공해, 임금, 회사 정책, 직원 관리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일부 기업은 생산 공장 내 직원 기숙사를 비좁게 만들어 수용인원을 늘린 후 그곳에 거주할 것을 강요했다. 심지어는 강제 노역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생산력 향상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즉각적으로 분명한 해답이 나올 수 없는 현재 상황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실상이다.
그럼에도 중국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스마트폰이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심에는 중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사실은 변하기 힘들 것 같다. 실제로 중국과 비교해서 높은 시간당 10~15달러의 임금을 받는 미국의 중산층 노동자들이 만든 전자제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술 산업을 이끄는 힘과 생산 라인에 근접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중국 기반 기업들의 상황이 우세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전에 기반을 둔 DJI, OnePlus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이미 이러한 근접성의 장점을 취하는데 성공했다. 짧은 시간 안에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오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소프트웨어 창업으로 우세하더라도 하드웨어 개발과 제조 분야에서는 선전이 앞서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생기자 장영준(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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