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국제 유명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논문이 중국 누리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환구시보(环球时报)는 해당 논문을 인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사람 간 전염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우한 위생당국이 1월 초 밝힌 ‘사람 간 전염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발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논문은 가오푸(高福) 중국과학원 원사 겸 중국질병센터 주임과 다수 현지 연구진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425명을 대상으로 감염 통로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논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1월 전, 1월 전기, 1월 중기 세 단계로 분류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1월 전 대부분의 확진자가 바이러스 진원지로 지목되는 화난(华南) 수산물 시장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1월부터 발생한 확진자 중에서는 절대다수가 해당 시장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은 이어 과거 데이터를 종합해 앞으로 바이러스 감염군이 7.4일마다 두 배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아직 바이러스의 ‘전환점(拐点)’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으로 최근 확진자 증가세 둔화는 이미 감염된 환자들의 진단이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앞으로 확진자가 더 크게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R0)을 2.2로 분석했다. 감염자 한 명당 2.2명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전파력은 3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높은 수준이다.
단, 논문은 비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사스보다는 낮지만 증상이 경미한 환자가 많아 확진이 어렵고 이들을 격리할 수 있는 자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 사스보다 예방 및 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논문은 의심 환자 중 27%가 증상이 나타난 2일 뒤 병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의심 환자 중 89%는 현지 의료 기관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5일 이후에도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 점이 바이러스 초기 단계에서 확진자 진단 및 격리에 난항을 겪은 이유로 지목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더 빠른 확진과 예방을 위해 논문은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외래 환자와 응급실이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논문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사스 당시에 나타났던 슈퍼 전파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의료진들의 감염이 사스 때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논문은 바이러스 확산 상황에 따라 슈퍼 전파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논문이 발표되자 중국 현지 누리꾼들은 12월 중순부터 이미 사람 간 전염이 시작됐다는 사실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 데이터를 왜 더 빨리 공개하지 않았는가”, “확진자 수를 은폐하고 전염을 방치한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위생당국의 미흡한 대응으로 전국민이 위험에 빠졌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