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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인생의 모퉁이에서

[2020-05-21, 17:45:06] 상하이저널

“여보세요?” 

“사모님… 지금 저와 응급실에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장님 상태가 좀 심각합니다.” 

다급한 대현의 전화를 받은 건 토요일 밤 10시 40분경이었다. 그러잖아도 낮에 운동하러 나간 남편과 연락이 닿질 않아 마중 삼아 홍췐루에 나와 있던 차였다. 그 길로부터 황망히 병원에 도착해 남편을 대면했는데, 한눈에 심각한 사고가 덮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타지에서 절망과 기적을 오가며 소생하는 과정은 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은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중국에 딱 하나 있다는 전문병원이 상하이에 있어서, 물심양면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셨던 이웃들이 곁에 있어 몇 개월 후 완치될 수 있었다. 

퇴원하고 회복하는 동안 남편은 말이 없었고, 10킬로그램이나 줄은 체중으로 기계처럼 출퇴근하는 모습이 위태해 보였다. 어려워진 사업 얘기를 조심스레 꺼내면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텅 빈 눈으로 먼 곳만 응시했다. 우리가 받은 많은 것들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살아내야 했지만, 홍췐루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남편은 일방적으로 상하이행을 결정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돌덩이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분명 어제 나누던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소소한 투덜거림이나 남편의 흉을 보는 그런 모임이 이제 하루하루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나의 처지와 맞지 않았고, 배부른 소리로 들렸다. 십 몇 년을 살아온 같은 곳인데, 어제와 오늘 내가 밟는 이 땅의 온도 차가 너무 컸다. 나는 내가 익숙했던 세상과 분리되어갔다. 

나의 부탁과 염려를 등졌던 남편이 원망스럽고, 검소하게 살면서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었던 나에겐 답이 없었다. 억지로 붙잡고 있던 평화는 그렇게 박살이 나버렸다. 바닥을 친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실제로 체감한 바닥은 피가 마르고, 냉동실 같은 숨 쉴 수 없이 차가운 곳이었다.  

그 무렵 친한 동생이 탁구를 같이 해보자고 권했다. 탁구채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는 나는 얼떨결에 동생의 손에 이끌려 여성문화 탁구 강좌를 찾았다. 건물 옥상에 긴 나무다리를 건너 유난히도 까만 문을 여니 ‘똑딱똑딱’ 소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어우러졌다. 탁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무한반복 스윙 연습은 자신과 싸움이었다. 연습이 지겨워지면 구석구석 숨은 공까지 주워 담으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때로는 초짜들끼리 공이 공중부양하는 엉터리 랠리를 주고받으며 배꼽을 잡기도 했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돌아갈 때면 걱정을 잊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드문드문 빠지면서도 놓지 않고, 탁구장에 나간 지 2년이 흘렀다. 신통치 않은 실력에 멋쩍어서 그만둘 만도 했건만, 나가기만 해도 공을 상대해 주시고, 빠지지 말라고 잔소리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일명 ‘재미있는 똑딱이’의 매력을 맛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힘차게 탁구를 치고 있는 모습은 인생의 어느 모퉁이에 쭈그리고 있던 나에게 “해가 드는 날도 형편없이 젖는 날들도 있지만, 오늘 우리는 끄떡없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진정한 낙관(樂觀)이라는 것은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라고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허용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근래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삶은 결국 내가 원하는 답을 내어줄 것이다.

여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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