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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87]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

[2020-08-14, 06:30:01] 상하이저널
조신영•박현찬 위즈덤하우스 2007.05.02.

☆이청득심: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이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와 코딩 수업을 넣어 놓고 아래층 북카페에 들어왔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단정하게 정리 해 놓은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간만에 홀가분히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틈 내 눈에 들어온 책은 ‘경청’ 이었다.

차례 부분이 음악의 악장 구성처럼 1악장 전주곡, 2악장 소나타(발견), 2악장 미뉴에트(공감), 4악장 피날레(상생), 마지막 앙코르의 순서로 특이하게 이루어져 있다.

현악기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이토벤이라는 별명을 가진 회사원의 이야기이다. 자기중심적이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성격을 가진 그가 목 좋은 곳에 악기 대리점 개설권을 얻는 조건으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 자진 퇴사를 결정한다. 

"그래, 이제 나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다" 

대리점을 오픈하기로 한 날 아침 그는 화장실 바닥에 쓰러졌다. 뇌줄기 종양이 발견되고 그로 인해 청력을 잃어 갈 것이라는 진단을 받으며 경청을 위한 수련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토벤에게는 발달장애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발달이 늦을 뿐이지 병은 아니라는 생각에 전문 클리닉 치료를 권유하는 아내와 주변의 충고와 제안을 듣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이토벤과의 별거를 결정했다. 아내의 극진한 돌봄으로 아이는 음악치료를 받으며 바이올린의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이토벤은 자신의 혼이 담긴 바이올린을 직접 만들어 아들 곁에 두겠다는 결심을 하니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듯 기쁨을 느꼈다. 

청력을 잃어가며 독순술을 배우던 이토벤에게 마음이라는 사람의 공명통을 비워야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진실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바이올린 만드는 것을 배우기 위해 퇴직한 회사의 공장에서 무급으로 제작3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회사 눈엣가시였던 외인구단 같던 3팀 직원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 마음을 비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주며 마음의 문을 열게 하였다.

그는 아들을 위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바이올린을 만들고 싶었다. 팀원에게 치악산의 보물이라는 가문비군락 이야기를 듣게 되고 유일하게 길을 안다는 나무 노인을 찾아 치악산으로 떠났다. 산을 오르다 어지럼증으로 발을 헛딛어 정신을 잃는다. 그를 구해서 돌봐준 노인은 모든 것을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고, 그것은 공자님 말씀이 아닌 자연이 가르쳐준 것이라고 말한다.

"성공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성공시킨 사람이고, 성공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을 살리는 조직이다.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조직의 어느 위치에 있든 상관없이 모두가 귀를 열어 놓고 배워야 하며 성공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이토벤이 알려준 공감과 상생을 실천하는 경청 운동을 시작한 회사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낸다. 쇠약해져 병원에 입원한 이토벤 역시 제작3팀 팀원들의 도움으로 아들에게 선물할 바이올린을 완성해 내고 마지막 일기를 쓴다.

1월 20일
사랑하는 아들아.
얼마 전 아빠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를 위한 바이올린을 완성하지도 못한 채 공장에서 쓰러졌지.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 너도 보았듯이 3팀 식구들이 기적을 일으켜 방금 너의 바이올린을 완성했다.
사실은 네 바이올린이 바로 아빠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던 거야. 네가 아빠를 살린 거다. 아빠가 바이올린을 만든 것은 사실은 너에게 치료제를 만들어 주려는 거였어.
비록 아빠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아빠의 영혼과 손길이 깃든 분신 같은 바이올린을 네게 남겨주고 싶었다. 그걸로 연주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네가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라 확신하면서 포기하지 않았지.
머지않은 날. 이 바이올린이 네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깨끗이 벗겨줄 거라 믿는다. 사랑한다. (P221)

각종 미디어 속의 너무도 많은 정보가 우리를 부른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속의 알림들에 노예가 되었다. 그 안의 내용을 훑어보지만 결코 다 머릿속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이러한 습관으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병이 생겼음에 놀란 적이 있다. 
조금은 한적했던 시간. 마음의 끌림으로 읽어 내려간 이 책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이웃과 공감하는 방법을 찾고 모두와 상생하는 내일을 꿈꾸게 되었다.

곽진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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