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독서의 계절 가을.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시기인 만큼 서점, 서예용품, 화구점들과 같은 각종 문화용품들을 파는 상가들은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황푸구에 그런 상가들을 한데 모아 놓은 곳이 있다. 상하이에서 가장 큰 서점부터 붓과 먹 박물관, 쇼핑몰까지 각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중화문화제일거리’ 푸저우루(福州路)의 숨겨진 명소들을 소개한다.
문구용품점 ‘원구문방(温古文房)’
인민광장역에서 내려 푸저우루를 걷기 시작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 규모가 상당한 문구용품점을 맞닥뜨리게 된다. 개업하지 얼마 안된 듯한 이 문구용품점을 들어가 보았다. 입구가 탁 트인 가게 안으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눈 앞에는 각양각색의 붓이 펼쳐진다. 일반 크기부터 어린아이만한 대형 붓까지 보인다. 입구 주변에는 청색 자기들과 찻잔 세트, 묵주 등 다채로운 장식품과 생활용품도 진열되어 있다.
맞은편에는 먹, 벼루, 한지를 비롯한 서예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초보자를 위한 서예 연습장도 판매한다. 갑골문자부터 전서, 해서가 실린 연습장들이 진열칸에 쌓여 있어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마음에 드는 연습지를 찾을 수 있다. 한쪽 벽은 각종 크기와 재질의 종이 두루마리들이 차지하고 있다.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공백으로 남겨진 부채와 색칠을 할 수 있게 스케치만 된 중국화집도 진열되어 있으니 나만의 전통 중국풍 예술작품을 남기고 싶다면 한번쯤 구매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가게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알록달록한 회화 재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문 미술 용품뿐만 아니라 스케치북, 파버카스텔 색연필, 터치마크 마커 등 각종 학용품과 미술 준비물들도 많다. 가게 한 켠에 쌓여있는 공책들은 한 권에 7-8위안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이 문구용품점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책이다. 방문 당시에는 중국어로 된 경제 전공 서적, 단편소설집, 역사서 같은 다양한 책들이 한 권에 15위안 혹은 반값 세일 중이고, 초중생을 위한 동화책, 문학집 등도 한 권에 9위안에 판매 중이다. 쉽고 재미있는 책으로 중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또한 고대인물화, 중국화기법 등 중국화집과 미술서적들, 만화 그리기와 크로키 취미서적도 찾아볼 수 있다. 명화 감상을 즐긴다면 한쪽 벽 책꽂이에 진열된 명화집들에 넋을 놓을지도 모른다. 보슈, 브뤼겔, 사전트 등 저명한 화가들의 명화집을 50~70위안의 가격에 소장할 수 있다. 가게의 한 귀퉁이에서는 붓에 새까만 먹을 적셔 직접 서예 글씨를 쓰고 계시는 분을 발견했다. 이 문구용품점의 주인이셨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시는지 가게 곳곳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다.
푸저우루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이 문구점 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문방구를 찾아볼 수 있다. 모두 다양한 미술용품과 학용품을 판매하니 참고하자.
•黄浦区福州路620号
푸저우루의 꽃, 서점
푸저우루는 서점거리로 잘 알려져 있다. 상하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하이수청(上海书城)과 영문서적을 다루는 상하이외문서점(上海外文书店)은 물론이고,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서점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다. 여유롭게 가을을 느낄 수 있는 푸저우루 인근 이색 서점들을 소개한다.
독자서점(读者书店)
세련되고 알차게 구성된 독자서점에는 1981년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발행된 ‘독자’지를 찾을 수 있다. 서점에 들어서면 창가에서 커다란 식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보인다. 넓고 쾌적한 독서공간이 눈에 띈다. 카운터 옆에는 커피머신과 아이스크림 통이 자리잡고 있다.
듬성듬성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위로 2층을 빼곡하게 메운 독자들이 보인다. 2층은 책보다 독서공간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 카페처럼 꾸며져 있어 1인 방문자가 혼자 앉아 독서를 하거나 컴퓨터를 하기 좋은 구조다. 북카페로도 훌륭한 서점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는 밀폐된 복도가 있다. 이 복도는 돈황 막고굴의 장경동을 모방해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돈황 벽화의 모사판과 은은한 조명이 동굴 특유의 분위기를 더 생생하게 살려준다. 복도에서도 당연히 책을 읽을 수 있다. 아늑한 ‘동굴’에 앉아 독서를 하는 것 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복도는 다른 공간에 비해 의자가 적어 사람이 많은 날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수 있다.
독자서점에서는 다양한 서적은 물론 특이한 문구류나 기념품도 접할 수 있다. 세련된 책갈피나 도장, 향, 펜과 펜 홀더, 이색 연필 등 다양한 문구류들은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黄浦区九江路230号(大声大楼)
예술책방(艺术书坊)
푸저우루 중심의 예원진상사(艺苑真赏社)라는 흰 간판의 건물에 들어서면, 1층 예술책방(艺术书坊)을 발견할 수 있다. 예원진상사는 3층에 위치한 중국 미술 전시관이고, 입구로 통하는 1층은 서점이자 예술책방이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1938년 창간돼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하이 일간지 문회보(文汇报)의 첫 신문사 터다.
1층 예술책방은 중국 미술의 모든 것을 담았다. 책과 예술이 공존하는 이 서점이야말로 ‘문화예술거리'라는 푸저우루의 별명과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서점의 책은 모두 예술 전문 서적으로, 서예, 회화, 사진 등 시각 예술을 주로 다룬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역사 속 화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다양한 작가들 작품집을 적당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중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소장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 많다. 중국인 예술가가 중국의 모습을 포착하여 표현한 중국만의 분위기와 감성을 지닌 수많은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볼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집을 골라보며 새로운 화가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밖에도 회화 기법 관련 서적이나 영상, 설계, 건축, 사진 등을 다룬 책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다.
예술책방은 책뿐만 아니라 도기, 문구류, 판화, 부채 등 각종 소품도 판매한다. 2층 지우화실(九华室)에서는 고급 붓, 먹, 종이, 그리고 벼루 등을 판매하는데, 자유롭게 구경하고 갈 수 있다. 3층의 예원진상사 전시관에서는 중국의 전통 서화를 감상할 수 있다.
건물의 중국어 간판 옆에는 “Chinese Traditional Arts Gallery”라는 영문간판이 함께 걸려 있다. 번체자로 쓰인 중국어 간판이 생소할 수 있으니 영문 간판을 알아두도록 하자.
•黄浦区福州路424号
푸저우루의 먹거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를 본들 배가 차지 않으면 재미도 없고 힘도 나지 않을 것이다. 푸저우루 구경처럼 계속 걸어야 한다면 특히나 그렇다. 그러니 인근에서 구할 수 있는 먹거리 또한 아주 중요한데, 힘을 북돋아주고 나들이를 더욱 알차게 만들어 줄 음식들을 소개한다.
거리에서 즐기는 쑤저우식 월병(苏式月饼)
다양한 샤오츠를 한번에, 라오반자이(老半斋)
인민광장에서부터 푸저우루를 걷다 보면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라오반자이(老半斋) 음식점이다. 식당 입구 옆의 유리창을 통해 간단한 음식을 주문해 포장해 갈 수 있는데, 커다란 고기만두부터 앞서 말한 쑤시월병까지, 간단한 한 끼 식사나 간식으로 먹기 좋은 메뉴가 많다.
•단황샤오마이(蛋黄烧麦)
단황샤오마이는 중국의 일반 가정에서도 만들어 먹는 요리로 모양이 화려해 손님을 대접할 때 만들기도 한다. 밀가루로 피를 만들고 달걀과 당면으로 속을 채워 쫄깃하고 짭짤하다. 하지만 만든 사람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라오반자이의 단황사오마이는 은은한 짠 맛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식어서 쫄깃하기보다는 딱딱했다.
•타오토우가오(条头糕)
타오토우가우는 장저후(江浙沪)지역의 전통적인 떡이다. 찹쌀로 만든 떡이 팥고물을 감싸고 있고 원통형으로 생긴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토핑으로 물푸레나무의 꽃을 뿌려 같이 먹기도 한다. 속의 팥이 팥고물인 것을 제외하면 달달하면서 쫀득쫀득한 것이 찹쌀떡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인들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福州路600号(近浙江中路)
학생기자 김지영(SAS 11), 김민서(상해한국학교 10), 이나영(SA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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