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저널 창간 21주년 기념 기획]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넘는 사람들
② 박상민 민관합동 코로나19 상하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비대위의 가장 큰 성과는 서로 돕는 교민사회 만든 것"
‘비상대책위원회’. 중대한 일이 발생할 때 소집되는 일종의 회의 기관(기구)이다. 상하이 교민들은 언론에서나 들었던 ‘비대위’라는 이름이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그야말로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 나서 ‘대책을 세운’ 이름값을 한 기구였다.
‘민관합동 코로나19 상하이 비상대책위원회’ 박상민 위원장은 2020년 한 해를 비대위원장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 시 대책을 세우고 해산하는 일시적인 기구다. 그런데 상하이 비대위는 그렇지 못했다. 비대위는 잠시 중국 내 역병이 도는 동안 교민들의 안전을 지킨 후 해산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잠시’는 정식 해단식을 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고 있다.
박상민 비대위원장을 만나 코로나19 초기 비상 상황부터 교민사회 방역에 집중했던 66일간의 활약과 이후 활동을 돌아 본다.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
춘절 연휴가 시작된 1월 하순, 코로나 발생 소식은 들었지만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설날 한국을 가지 않고 상하이에 있는 교민들의 안위에 대처할 수 있는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SOS솔루션 대표 팀장으로 상해한국상회에서 교민안전위원회를 책임지고 있어서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사실 2019년 하반기에 한국상회와 SOS솔루션이 MOU를 체결하고, 올해 1월 초에 한국상회 내 교민안전위원회 부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하자 마자 맡게 된 자리다.
처음 맡았을 당시만 해도 체감하기 어려웠다. 한치 앞을 예상하기도 힘들었다. 며칠이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각해졌다. 위기감의 최고점은 2월이었다. 방역물자 확보와 배포, 질병상황에 대한 정보 등을 효과적으로 알려서 안전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비대위의 활동 목표는 역병으로부터 교민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민’과 ‘관’이 합동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한국상회가 먼저 시작했다. 민관 합동이 시작된 계기는 방역물자 확보를 위해 영사관에 요청하면서부터다. 영사관이 외교부를 통해 2만 장의 마스크를 지원받는 등 적극적인 도움에 나섰다. 영사관 역시도 교민 안전에 대해 우려가 컸으므로 비대위 중심으로 협력하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코트라도 마찬가지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에게 방역물자를 지원하는 것에 창구를 일원화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해외 교민사회는 공관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할 수 없다. 또 민간 단체가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민과 관이 이상적인 관계가 형성돼 방역물자 수급과 배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춘절연휴에 출범한 비대위는 지금까지 많은 활동을 해왔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관합동 자체만으로 큰 결실이다. 더 큰 성과는 교민들 중에 단 한 명도 코로나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성과들도 있었다. 전세계 모든 한인 조직과 한국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각 국, 한국 각 지역과 단체에서 마스크 소독제 등 방역물자를 보내왔다. 위기 순간을 넘긴 후에는 역으로 교민들의 마음과 희망을 모아서 마스크 20만 장을 고국에 보낼 수 있었다. 서로 돕고 돕는 사회를 만들어낸 것이 비대위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한다.
비대위 참여의 계기가 됐던 SOS솔루션 활동에 대해
크게 사건 사고·법률·의료 지원 3가지다. 법률지원은 중국인 변호사들로 구성된 자문 변호사단이 법률적인 소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의료팀이 응급사고, 의료구조 등을 돕고 있다. 현재 SOS솔루션은 약 2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교민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SOS솔루션 활동 경험에 비춰, 교민 안전과 관련해 미리 예측한다면.
상하이 교민사회는 2017년 이후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교민 수도 계속 감소했다. 2015년에는 상하이 상주 교민 7만 명, 유동인구 포함 12만 명이라는 통계도 있었다. 2017년 사드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코로나가 발생한 것이다.
SOS솔루션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교민 수 대비 사건사고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불법체류, 사망 사고(고독사, 자살 등)도 늘어난다. 경제가 어려워진 2018년 한 해 동안 3~4건의 자살과 고독사가 발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상하이에서 7명이 사망했다. 이중 자살과 고독사가 4명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음주운전 폭력사고 발생도 늘어난다. 정작 경제적•심리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도와달라고 말하기 어렵다. 교민사회가 나서 이들을 발굴하고 도와야 한다.
코로나19이후 닥친 어려움, 한국상회 교민안전위원회, SOS솔루션 등 교민사회가 어떻게 나서야 할까.
경제적인 어려움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많은 교민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 놓여 있을 것이다. 현재 상해한국상회와 SOS솔루션이 함께 코로나19로 생계 위기에 내몰린 교민들을 돕는 취약교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원 확보에 교민사회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
또 심리적인 불안을 치유할 상담센터 운영도 필요하다. 우울증, 불안감은 사건사고로 발현된다.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심리상담센터 운영이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가장뿐 아니라 전업주부와 학생들도 우울증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되면 영사관 등을 통해 한국에서 전문상담 인력이 정기적으로 순회 방문하는 방안을 제안할 생각이다.
코로나19로 단단해진 민과 관의 협력관계가 지속돼 이후에도 교민 지원과 안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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