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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W. 골드헤이건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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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생인 나의 아버지는 1956년 반농반어촌이던 고향 울산을 떠나 대도시인 부산으로 이사하셨고, 49년생 맏이부터 63년생 막내인 나까지 총 6남매를 둔 대가족의 가장이셨다. 미국이민이 많던 시절,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이 바로 내 직업이 되는 것처럼, 농부셨던 아버지의 직업도 부산에서 만난 친척 따라서 건축업이 됐다. 속칭 집장사라고 불리던 소형 주택 건축업은 1960~70년대 경제발전의 속도와 함께 6남매 부양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활황기였다고 한다.
우리집 안방엔 항상 파르스름한 주택설계도가 둥글게 말린 모양으로 여기저기 있었고, 나는 그 청사진을 장난감처럼 펴보며 혼자 상상하며 놀았다. 다 지어진 집을 보게 되면 내 상상이 실물화된 모습에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곤 했었다.
이런 환경이었던지라 결혼 후 유난히 집을 좋아하고, 인테리어도 열심히 하며, 거기에서 얻는 만족감도 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책을 고를 때도 건축과 공간이란 제목은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하곤 했다.
"공간의 힘이 내 삶을 바꾼다. (새라W 골드헤이건)"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들어간다. (윈스턴 처칠)"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관찰하면 우리 자신을 알 수 있다. (조지 오펜)"
<공간혁명>이란 책은 미국 하버드대 디자인스쿨에서 건축사 교수를 지냈으며, 현시대 건축 환경의 현재와 미래를 제시하는 대표적 사상가인 세라W 골드헤이건이 쓴 책이다. 발전된 뇌과학으로 인해 '건축 환경 경험'이 우리의 뇌와 얼마나 상호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됐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건축학 방향은 건축가 한 명이 책임질 일이 아닌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등이 함께 모여, '행복한 공간'을 바라는 사람의 마음을 듬뿍 반영한 '설계와 시공과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신경건축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자연풍광(잘 조성된 조경도 포함)을 20초만 접해도 심장박동이 진정되고, 3~5분이 지나면 높은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오며, 좋은 디자인으로 통일감있게 조성된 건물과 조경과 실내는 우리에게 이 세상을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으로 경험해 나가는 방식을 좋은 쪽으로 결정하게 해주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바꾸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고 한다.
또한 <공간혁명>은 전 세계 실제로 존재하는 건축물의 사진을 다수 수록했다. 훌륭한 건축물과 그렇지 않은 공간이 인간의 뇌와 마음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전문가의 설명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내 공간과 동네, 나의 도시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유도해 일상에서 조금 느리게 걸으면서 멋진 건물과 아름다운 조경과 나무가 있는 공원으로 우리의 몸과 시선을 돌려보도록 이끌고 있다.
디자인이 풍성한 좋은 환경(집, 건물, 조경, 자연)은 아름다운 기억을 저장하게 하고, 평생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장소 애착, 공간과 장소에서 느끼는 정서적 유대감),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틀(정체성 형성)을 만든다고 한다.
볕 좋은 가을날 편한 차림으로 밖으로 나가서 주변의 멋지고 근사한 공간을 찬찬히 보면서 우리 뇌가 조금 더 발전되는 작은 혁명을 느껴보자.
김정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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