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에서 미성년자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결제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중국 광전총국(广电总局)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
23일 중국경제망(中国经济网)에 따르면, 중국 국가광전총국은 최근 <인터넷 라이브 방송 및 전자상거래 라이브 방송 관리 강화에 관한 통지(이하 ‘통지’)>를 통해 모든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 미성년자 후원금 결제 기능을 금지시키라고 지시했다.
광전총국은 또한 BJ 후원금 결제에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명 인증, 얼굴 인식, 인공 심사 등의 조치를 통해 미성년자의 결제를 막겠다는 의도다. 상기 실명 인증 절차를 밟지 않은 이용자는 향후 BJ에게 후원금을 결제할 수 없게 된다.
‘통지’는 수차례 문제가 발생한 라이브 방송 BJ에게 추천 중단, 시간 제한, 순위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제가 심각하거나 지적을 받고도 개선하지 않는 BJ에게 방송 중단, 계정 차단 등의 조치와 더불어 플랫폼을 바꿔 방송을 재개하는 것을 철저히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모든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이용자가 매회, 매일, 매월 후원할 수 있는 결제액의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결제액이 실제 BJ의 계좌에 입금되는 시기를 연장해 BJ가 위법 행위를 했을 경우 후원금이 이용자에게 다시 환불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광전총국이 규제에 나선 것은 최근 중국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미성년자의 거액 결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더우인(抖音, 틱톡)의 한 BJ가 12세 초등학생을 협박해 5만 4800위안(93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갈취해낸 사건이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 이 초등학생은 엄마의 스마트폰을 몰래 훔쳐 2시간가량 사용했고 “계속 후원금을 결제하지 않으면 엄마에게 알릴 것”이라고 협박하는 BJ의 말에 여러 차례 거액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도 10세 초등학생이 엄마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BJ에게 5일간 4만 5000위안(760만원)을 결제한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또 다른 10세 초등학생이 3일간 BJ에게 부모님이 수년간 저축한 10만 위안(1700만원)을 결제했지만 해당 BJ가 환불을 거부해 아직까지 돈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성년자 BJ 후원금 문제는 소비자 고발 플랫폼 헤이마오(黑猫)에서만 올 들어서만 60여 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올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학이 늦어지면서 집에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보는 미성년자들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6월 기준, 중국 라이브 방송 플랫폼 더우위(斗鱼) 신규 사용자 중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4.3%다. 이 밖에 19~24세의 경우 72.4%로 가장 많았고 25세 이상은 13.2%에 불과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