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인이 사건을 시작으로 연이어 터진 아동 학대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특히 학대의 경과와 그 처벌 과정에서 드러난 관련 제도의 부실함이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는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5.28 푸순 아동 학대 사건
5.28 푸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 통 모 양(출처: 바이두)
근래에 중국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은 5.28 푸순 아동학대 사건이다. 2020년 5월 28일 랴오닝성 푸순시의 공안은 주민들로부터 한 소녀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공안은 이튿날 이른 아침 가해자들을 체포해 강제 구금 조치를 취했으며, 9월 8일 피해자 어머니의 남자친구인 첸무웨이(陈某威)와 피해자의 어머니 류모우옌(刘某彦)을 상해 및 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2020년 2월에서 5월까지 피해 아동인 6세 소녀 통(佟) 모 양은 친어머니 류모우옌과 남자친구 첸무 웨이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 결국 2020년 5월 22일, 통 모 양은 몸 전체에 여러 번의 화상과 팔이 부러지는 골절로 인해 중국 의과대학 부속 성징병원 중환자실로 보내졌다. 피해 아동은 끓는 물을 신체에 붓고 다시 찬물을 붓는 학대로 인해 신체 표면에 중상의 화상을 입었으며, 치아 손상과 5cm에 달하는 바늘을 허벅지에 찔러넣는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국 아동의 현실
‘2017년 중국 아동 권리 여론조사 보고서(2017年度中国儿童权利舆情报告)’에 따르면, 약 4,335만 명의 중국 빈곤 인구 중 20% 정도가 아동이며 이 중 많은 아이들이 빈곤으로 인해 영양실조를 경험하거나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이들 중 대다수는 도시로 이주해 노동하는 농민의 자녀인데 이런 아이들은 1억 명에 육박한다. 의무교육 나이에 해당하는 아동 중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동의 비율은 전체 아동의 79.5%이다. 1억 명 중 20.5%에 해당하는 2,000만 명 이상의 아동이 공립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교육 여건이 빈약한 학교에 다니는 등 대안학교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의 피해는 어린 아동에게 집중되어 있다. 베이징 청소년 법률 지원 및 연구 센터(北京青少年法律援助与研究中心)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연령은 1살 미만이 33.7%로 가장 높았고 1~6세가 30.6%였다. 11세 이상이 17.2%, 7~10세 아동은 13.7%였다. 학대 피해 아동 10명 중 6명은 미취학 아동이었다.
최근 아동복지법이 주목받는 이유
중국 신생아 수 그래프(출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南華早報)에 의하면 중국에서 2020년에 태어난 신생아 수는 1,200만 명으로 2019년의 1,465만 명에 비해 1년 만에 18%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1961년의 1,187만 명 이후 최저치다. 리지헝(李紀恒) 민정부 장관은 작년 출산율이 경계선 아래로 떨어져 중대한 전환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인구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은 2.1명이지만 중국의 출산율은 1.3명까지 떨어졌고, 초고령 사회인 일본의 출산율이 1.3명임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렇게 지속해서 아동 인구가 감소하자 아동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아동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됐다.
중국 복지법의 한계
중국에서는 보호자가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가정 위탁 양육 사업을 추진해왔다. 만 18세 이하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라면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동을 돌보고 보호하는 일에는 큰 책임이 필요하지만 위탁 가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엄연히 학대의 일종인 방임을 당하는 아동은 이용하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은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없어 생활이나 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임 아동에 대한 보호는 아동보호센터나 미성년자구조센터가 담당하는데, 이러한 시설은 대부분 대도시에 있으며 그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보호자가 있을 경우, 아동은 일시적으로 돌봄을 받을 뿐, 제한된 시설 규모로 인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아동의 수는 한정적이다.
또한 설사 학대가 적발된다 해도 그 처벌은 미미하다. 중국에서 부모 또는 보하자가 미성년자를 학대하는 경우 미성년자 보호법에 따라 주민위원회에서 제지하고, 치안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우 공안기관이 행정처벌을 한다. 미성년자가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구제조치를 취하고, 가해자를 형법에 따라 보호관찰 처분하거나 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피해자가 학대로 심각한 상해를 입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 가해자는 2년 이상 7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방지법, 그러나 엉뚱한 방향으로
엉뚱한 방향을 향한 중국의 미성년자 보호법(출처: 구글)
중국헌법에는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성장발전권’이 미성년자의 권리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법률로는 위와 같은 아동학대 사건을 막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이전부터 존재했던 ‘중화인민공화국 미성년자 보호법’을 수정하여 2021년 6월 1일부터 정식 실시했다. 개정안은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 판매 금지나 학업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지만 게임과 관련한 조항도 다수 추가되어 전 세계 게임업계를 긴장시켰다.
개정된 보호법의 75조에 따라 미성년자는 본인 신분으로 만든 온라인 계좌를 등록해야 하며 게임 제공자는 국가의 규정과 기준에 따라 게임을 분류하고, 이용 가능 연령대의 명시와 기술적 조치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게임은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미성년자에게 22시부터 8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의 0시에서 6시까지 미성년자에게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보다 강력한 기준이다.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는 일일 90분까지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공휴일은 3시간까지만 이용해야한다. 결제 금액도 16세 이하는 월 200위안, 18세는 400위안으로 제한된다. 이를 어길 경우 게임의 승인이 취소되거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해당 개정안이 시행된 6월 1일, 베이징의 한 청소년 단체는 텐센트를 청소년 보호 조치가 부족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펜타스톰(王者荣耀)’의 캐릭터가 노출이 많을 뿐만 아니라 게임 내 시스템이 사용자를 오래 접속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동을 학대가 아닌 게임에서 보호할 뿐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끊임없이 재발 방지와 새로운 대책 확립을 약속하고 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부는 엉뚱한 게임이 아닌, 아동 학대가 대부분 부모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방지법을 설립 해야 할 것이다.
학생기자 이혜원(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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