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란,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을 말한다. 국가마다 기본권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기본권의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각각의 고유한 헌법이 발전했다. 유명한 사례로 미국 헌법 수정 2조에서는 시민이 무장할 권리, 즉 무기 소지권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 독립전쟁 시절 각 주마다 민병대를 보유하고 있어 개인별로 무기를 소지하여 영국에 대항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는 헌법에서 강력한 대통령권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인데, 이는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식민지의 독립으로 대통령권이 흔들려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권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각 나라의 헌법을 연구하다 보면 각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특징을 알아 볼 수 있다.
바이마르 헌법
헌법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독일이다. 보통 독일에 대한 인식은 나치 독일 치하의 전체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바로 세계 최초의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제정했던 나라가 독일이라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독일에서는 독일 제국이 붕괴되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세워졌다.
이 때 제정된 바이마르 헌법은 근대헌법상 처음으로 인간다운 생존을 보장하고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 적합성을 강조하는 등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헌법이었다. 바이마르 헌법의 현대성은 여러 측면에서 드러나는데, 우선 세계 최초로 사회권을 규정한 헌법이었다. 사회권이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필요한 사회적 보장책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한마디로 바이마르 헌법은 처음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정당 결성의 자유, 검열로부터의 자유 등이 철저히 보호되었으며, 전화 도청, 편지 사찰 등의 행위가 금지되었다. 지금이야 이러한 것들이 당연하지만, 이 헌법이 제정되던 때가 1918년 즈음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런 조항들은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민주주의적이고 선진적인 조항들은 역사상 최악의 세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치당은 이러한 자유로운 조항들의 기반에서 성장했고, 결국 나치에 의해서 바이마르 공화국은 붕괴됐다.
독일 통일 이후의 헌법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분열되었다. 하지만 1990년 동독이 서독에 사실상 흡수통일 되면서, 헌법 또한 서독의 것을 기반으로 개정하게 되었다. 현재 독일 헌법의 정식 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인데, 이는 서독 시절 헌법을 ‘기본법’이라 한 것의 잔재이다. 독일기본법의 1조 1항은 ‘인간 존엄성은 불가침이다.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국가권력의 책무다’ 인데, 이는 국가권력보다 인간 존엄의 보호를 우선시한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헌법 첫 조항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사실 이 조항이 첫 조항인 것에서 독일의 제 2차 세계 대전 때 본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반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독일 기본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제 20조에나 가서야 국가의 이름이 처음으로 언급된다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모두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내용이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20조의 내용인데,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의 제 20조 4항에서는 ‘이러한 질서(국가 권력의 질서)의 제거를 감행하는 이에 대해 다른 대응수단이 가능하지 아니한 경우 모든 독일인은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나치와 같은 세력이 다시 헌정 질서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명문화 해놓은 것이다. 또한 제 26조에서는 침략전쟁 수행의 준비는 위헌이라고 못 박아뒀다.
과거 반성하는 독일의 기본법
이렇듯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을 들여다 보면,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헌법을 가지고 있었던 나라답게, 기본법의 많은 부분들이 인간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사실 독일은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이후, 거의 대부분 서독의 헌법을 따랐기에 통일 후 헌법 개정에 관해 크게 논의할 것은 없다.
학생기자 전시우(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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