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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존 롤스 VS 마이클 샌델

[2021-09-09, 14:21:40] 상하이저널
한국에서는 대선 기간이 가까워 오면서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들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현재 문재인 정부 또한 국정 농단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계기로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에 출범 초기부터 ‘공정’이라는 가치를 주요 국정 가치로 삼았다. 

이렇듯 사회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지속돼 왔다. 특히 여야의 여러 대선 주자들은 꾸준히 공정한 사회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무엇이 이들이 생각하는 ‘정의’인지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막연한 희망은 차치하고, 무엇이 진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유명 미국 철학자 존 롤스와 마이클 샌델을 통해서 들어보도록 하자.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


존 롤스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 철학자, 존 롤스는 1921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1950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코넬 대학교에서 교수가 됐고, 1962년 하버드 대학교로 대학을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71년에 롤스는 그 간의 연구 자료들을 모아 대표작인 <정의론(Theory of Justice)>을 저술했다. 이 책은 수많은 윤리 사상가들에게 영감이 됐고, 그야말로 학계를 뒤집어 놓았다. <정의론>은 지금까지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베스트 셀러로 꼽힐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롤스가 다루는 ‘정의’는 사회 자원을 분배하는 원칙에 관한 정의이다. 롤스는 사회에서 발생한 이익을 분배할 때 사람들간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문제가 곧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한 본질이라고 보았다. 롤스의 정의에 대한 관점은 이렇다. 


롤스에게 ‘정의’란 ‘공정한 절차를 통해 사회 구성원 사이에 합의된 것’이다.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합의됐다면, 그 결과에 대한 사람들간의 이견이나 갈등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절차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소년 가장 17세 A와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의 딸 B가 분배 원칙을 결정한다고 해보자. 기본적으로 인간은 본인의 최대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다. A는 어떻게든 본인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지금보다 훨씬 높은 복지를 원할 것이고, 이에 따른 과세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B는 자신의 돈을 국가가 가져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감세를 요구하고, 복지 정책 즉 부의 재분배에도 소극적일 것이다. 

따라서 둘 사이의 합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렇듯 사람들이 본인의 경제 상황과 자연적 재능을 아는 순간, 사람들은 철저히 본인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공정한 합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롤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사고 실험을 도입했다. 앞에서 보았듯 사람들이 본인의 상황을 아는 순간 공정한 합의는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롤스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무지의 베일에 들어가는 순간, 인간 사회에 대한 일반적 사실 법칙 외에 자신의 자연적 재능, 사회적 지위, 가치관 등은 모두 잊게 된다. 롤스는 이러한 상태를 ‘원초적 입장’이라고 표현했다.

롤스는 사람들이 원초적 입장에 놓여지면, 크게 두 원칙에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첫 번째로 평등한 자유의 원칙을 언급한다. 사람들은 가장 먼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평등한 기본권을 누리는 데 합의할 것이다. 두 번째로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가장 많은 분배적 이익이 돌아갈 때, 또한 공정한 기회가 모두에게 보장될 때 허용할 것이라고 보았다. 원초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일지 모르기 때문에, 본인이 영리하고 돈이 많을 가능성도 있으나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고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규칙을 정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합의된 것이니 ‘정의’라는 주장이다. 

샌델의 ‘공공선’

마이클 샌델

하지만 롤스의 정의관은 여러 철학자들에 의해 비판됐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이다. 샌델은 롤스의 논리를 ‘무연고적 자아’라고 비판했다. 샌델은 롤스의 원초적 입장이라는 상태에는 애초에 현실의 인간들이 이를 수 없고, 현실의 인간은 다양한 연고, 문맥, 상황이 있는 ‘연고적 자아’라고 주장했다. 

샌델에게 ‘정의’란 ‘공동선의 개선’이다. 어떠한 공동체가 있을 때, 그 공동체의 도덕적 가치를 향상시켜 공동 선을 실현하는 것이 정의이다. 이러한 샌델의 정의관은 기존의 공동체 주의자들과는 대조되는데, 기존의 공동체 주의자들이 공동체의 불합리한 도덕적 가치 또한 공동체의 일부라고 인정한 반면에, 샌델은 도덕적 가치들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러한 가치들이 공동선을 개선시킬 수 있는 지 없는 지 판단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그 예로, 샌델은 능력주의를 철저히 비판한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돈의 가치로 사람들을 서열화해 승자와 패자를 철저히 구분하며, 승자에게는 오만을 가져다 주고, 패배자에게는 굴욕감을 안겨준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능력주의 사회에서 어떠한 직업은 돈을 잘 버는 전문성 있는 전문직업인들의 일에 비하면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폄하된다. 이에 샌델은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생산자로서 얼마나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로 직업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샌델은 능력주의 사회를 바꾸기 위해 사람들이 공공의 삶에 대해서 민주적으로 토론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샌델이 말하는 공공 선을 기르는 방법이다.

대선 주자들의 정의가, 단순히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허구를 넘어, 진정한 정의, 공정에 대한 고민을 동반하기를 바란다.

학생기자 전시우(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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