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지난 26년간 가동해온 중국 생산공장인 닝보(宁波) 법인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수천 명의 현지 근로자는 사측에 배상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14일 재신망(财新网)에 따르면, 지난 13일 삼성중공업 닝보공사는 모든 직원과의 근로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삼성중공업 닝보 법인은 올해 말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닝보 공장 직원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현재 수천 명에 달하는 현지 근로자가 공장에 모여 사측의 철수 결정에 강력히 항의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 닝보 법인은 지난 10일 직원들에게 “코로나19로 회사 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받아 회사 생산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함에 따라 이사회는 법에 의거 삼성공사를 조기 철수키로 결정했다”며 “전 직원은 13일부터 회사와 ‘근로계약 중단 협의서’에 사인하고 회사는 전 직원에게 근로계약 중단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고 통보했다.
보상협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닝보 법인은 일반 직원, 산재 직원, 직업병을 앓고 있는 직원, 임신∙출산∙수유기 여직원을 대상으로 1년마다 한 달치 임금에 추가 한 달치 임금과 두 달치 임금에 해당하는 재취업 보조금, 즉 ‘N+3’ 방안에 따라 보상할 방침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 상당수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대다수가 중공업 직종자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청각장애, 디스크, 무릎 손상, 벤젠 기준치 초과 등 직업병 및 각종 산재 후유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근속자들은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보상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사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닝보 법인은 닝보 최대 규모의 조선소 중 하나로 총 투자액만 누적 2억 5000만 달러, 연 생산량 30만 톤, 직원 규모 최대 4800여 명이 달한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중국 내 첫 조선소이자 중국 개혁개방 이후 첫 번째 외국인 독자 조선소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의 닝보 법인 철수는 오래 전부터 검토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닝보 법인 관계자는 “공장 설립 초기 삼성중공업은 한국 원자재를 수입해 ‘보세(保税)’로 닝보에 들여와 선체를 부분 생산한 뒤 한국 현지에서 완성시키는 방식으로 거액의 이윤을 창출했으나 이 같은 방식은 점점 한계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닝보 정부가 원자재의 일정 비율을 중국산으로 조달하도록 요구하고 선체 일부가 아닌 선박 전체를 제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자국 기술 보호 법안으로 중국 현지에서 전통 선형만을 생산하고 한국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 닝보 법인의 수익률은 높지 않고 닝보 현지의 조세 기여도도 떨어졌다”고 해당 관계자는 부연했다. 수익률도 점차 낮아지고 현지 정부의 지원도 잃어가는 상황에서 사실상 조선업 시장에서 삼성중공업 닝보 법인의 성장 가능성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에 앞서 삼성중공업 닝보 법인은 중국 조선사와의 합병을 시도했으나 상표 사용 문제로 끝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당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이미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6조 6800억원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6.7%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76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3% 증가했다. 순적자는 1조 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폭이 소폭 감소했다. 올해 삼성중공업은 78억 달러의 신규 선박 수주를 경영 목표로 제시했고 총 7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