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 로딩 화면이나 기업의 홈페이지 등 패턴을 보면 대부분가 비슷한 디자인 스타일을 채택하고 있다. 평면적인 시점과 밝고 부자연스러운 색감, 과장된 비율의 인물들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이 스타일은 비록 시간이 지나며 미세한 변형을 거쳐왔다고 하지만 그 시초는 2017년에 페이스북이 만든 디자인 스타일인 ‘알레그리아’로 보여진다. 알레그리아는 페이스북 외에도 구글, 에어비앤비 등등의 여러 저명한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어, 본래 이름보다는 “기업의 디자인 스타일” 이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알레그리아는 ‘벅(Buck)’이라는 디자인 회사에서 페이스북의 요청을 받아 만들었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디자인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디자인 트렌드가 진화한 형태라 봐도 무방하다. 대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대 미술에 영향을 받은 평면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널리 사용하고 있었고, 알레그리아는 그러한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디자이너마다, 고용주인 기업마다 세부적인 디테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보통 알레그리아는 특유의 납작한 느낌과 깔끔한 단순함으로 대표된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 스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특유의 단순함이 디자인 과정을 매우 간단하게 만들고, 고객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시각적인 매력 역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레그리아를 통해 디자인된 캐릭터들과 사물들은 거의 모두 간단한 도형을 기반으로 한 형상에, 별다른 효과 없이 단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빠르고 저렴하게 광고 매체를 내보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알레그리아는 양산을 위해 사용하기 쉬운 스타일로 다가온다. 알레그리아를 사용하면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고용할 돈이나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에 대한 염려 없이 광고와 홈페이지 디자인 등등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알레그리아의 단순함은 완성된 디자인의 복제와 애니메이팅, 변형 등등을 매우 편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한번 완성한 디자인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독보적인 다용성 역시 갖추고 있다.
시각적인 면에서도 알레그리아는 부드러운 채도, 웃는 얼굴의 캐릭터들, 밝고 명쾌한 분위기 등등,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장된 행복함을 전달한다.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느낌의 디자인을 광고에 사용함으로써, 기업은 광고에서 전해지는 행복함을 스스로의 기업 이미지에 적용시키려 한다. 캐릭터들의 피부색이 보라색이나 파랑색과 같은 현실적이지 않은 색인 것이 이러한 기업 이미지 향상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업들은 자주 광고 매체의 등장하는 배우나 캐릭터들의 인종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곤 하는데, 캐릭터들의 피부색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색으로 정해버리면 그러한 비판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스타일이 만들어진 2017년 이후로 사람들이 점점 알레그리아의 통용을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이내 알레그리아에 싫증을 느끼는 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알레그리아가 주로 받는 비판은 영혼이 없다는 점이다. 만드는 데에 특별한 독창성이 필요하지도 않고, 모두 비슷하게 밝은 분위기와 색, 형태 등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진정 생기가 있는 디자인이라 느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 외에도, 그저 수많은 기업들이 모두 같은 스타일을 사용하고 있는 탓에 같은 디자인을 보는 데에 질려 버렸다는 이들도 많다.
학생기자 윤재인(상해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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