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이후 중국 다수 지역의 전기 사용이 중단되면서 전력난이 가장 심각한 동북3성을 중심으로 ‘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펑파이신문(澎湃新闻)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23일 동북 지역에 갑작스러운 전기 사용 중단 통보가 떨어진 뒤 주민들이 인근 상점, 마트 등에서 초를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
선양(沈阳)시 훈난(浑南)구 거주민 저우(周) 씨는 “주변 상점부터 대형 마트까지 초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앞으로 정전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초 사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상점에 초가 있어도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아직 온라인 주문과 택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박스로 주문해 놓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초를 판매하는 업체는 “최근 들어 초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 일주일새 주문량이 수십 배 늘어 재고가 모두 소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문자 대다수는 동북 3성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동북 일부 지역은 지난 26일 사전 예고 없이 전기 사용이 중단됐다. 다수 동북 지역 거주민들은 전기 사용 중단 명령에 대해 미리 통지할 수는 없었는지,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를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린시에 거주하는 한 누리꾼은 지난 26일 “출근 준비를 마치고 생산을 준비하던 중 공전국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정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전자 설비 중 소방시스템,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가동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전이 된다면 반드시 사전에 알려야 하지 아무런 징조 없이 갑자기 전력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전기 사용이 중단된 헤이롱장 무단장(牡丹江)시의 거주민도 “밤이 되자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며 “단 한 번도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기에 우린 아무런 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린성 옌지(延吉)의 한 시민은 정전 당시 엘리베이터에 30분간 갇히기까지 했다. 그는 “집은 24층이었는데 16층에서 전기가 끊겼다”며 “30분 뒤에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집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가야만 했다”고 말했다. 현재 정전이 된 지역의 아파트 고층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갑작스러운 엘리베이터 작동 중단 우려에 바깥 출입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랴오닝시 거주민은 “지난 24일 정전 당시 기억이 또렷하다”며 “그날 밥솥을 사용할 수 없어 밥이 없었고 냉장고 음식들도 모두 녹거나 상해서 어쩔 수 없이 다같이 추석 때 남은 월병(月饼, 위에빙)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4일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로 랴오닝성 펑후이주업(澎辉铸业)유한공사에서는 공장 내 배풍 시스템 가동이 중단되어 23명의 직원이 고로 가스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