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내가 대장금(大長今)이 재미가 없다고 했더니 갑자기 여자 동료들이 '예술을 모른다'며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뎬티치위지(電梯奇遇記)'의 한 대목이다.
우리말로 '엘리베이터에서 뜻밖의 미녀를 만나다' 정도로 제목을 붙일 수 있는 이 소설은 올해 4월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되기 시작해 작가 니에하이양(섭<재방변없는攝>海洋)이 7월 돌연 연재를 중단할 때까지 2억이 넘는 클릭 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소설은 9월 초 책으로도 출판돼 중국의 각 대형서점에서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에 랭크되는 등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자오간뤼(趙간<走+旱>驪)의 여자친구 바이린(白琳)을 한류팬으로 묘사하면서 대장금과 같은 한국 드라마를 소재로 등장시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가는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 사랑을 이루기까지 과정에서 대장금을 소재로 한 여러 개의 상황을 적절히 등장시켜 줄거리를 구성하고 있다.
예들 들면 이 소설은 한류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여자친구를 지켜보는 남자주인공의 불만스러운 속마음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바이린은 거실에서 TV를 보자고 했다. 그때 방영되고 있던 것은 한국 드라마 '가을연가'. 나는 아무리 봐도 졸리기만 했다. 하지만 바이린은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어떤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나는 TV가 아니라 바이린의 얼굴만 쳐다 봤다."
대장금은 두 남녀 사이에서 갈등을 고조시키는 소재로도 활용된다.
어느 날 데이트를 하던 두 사람. 갑자기 바이린이 "우리 이제 가자"라고 말하며 자리를 뜨려고 하자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일찍…."이라며 불평한다.
그럼에도 여주인공은 "날씨도 춥고 저녁에 방영되는 대장금을 봐야 돼. 지난 회도 못봤거든"이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때까지 일방적으로 여자주인공을 좇아다니는 입장이었던 남자주인공은 대놓고 불만을 터뜨리지 못하고 "대장금 나는 네가 밉다"며 한탄한다.
하지만 이런 남자주인공도 아주 우연한 계기를 통해 대장금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점심을 먹은 뒤 너무 심심한 나머지 나는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한 채널에서 대장금 재방송했다. 대장금은 바이린이 그토록 좋아하는 드라마 아닌가. 한번 연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대장금을 봤다. 한꺼번에 3회를 봤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바보 같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소설은 이런 에피소드를 그때까지도 마음을 다 열지 못하고 서먹서먹한 느낌이 존재했던 두 주인공이 사랑을 성취하게 된다는 소설의 결말을 암시하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소설은 마지막에서 두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키스를 하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