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라고 하면 딱딱한 금속의 기계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금속체 없이 오직 살아있는 세포로만 이루어진 로봇이 있다. 바로 ‘제노봇(Xenobots)’이다. 슈퍼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탄생한 이 로봇은 여태까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계‧동물이 혼합된 형태를 띄고 있다. 2020년 1월 처음 공개됐는데 미국 공동 연구팀이 최근 자손을 만들어내는 3세대 제노봇을 공개했다.
제노봇의 원리
제노봇은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배아에서 긁어낸 세포를 피부와 심장 세포로 분화한 뒤, 두 세포를 섞어서 쌓아 올려 만든 약 0.5mm 크기의 합성 생명체이다. 이 작은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고 치유하고 번식한다. 피부세포가 지지대 역할을 하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심장 세포의 원리를 활용해 움직인다. 사람이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제노봇을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실제 로봇을 만들면 그 제노봇은 입력된 특정 명령만을 따라 움직인다. 심장 세포는 제노봇에게 움직임을 줄 뿐만 아니라 최대 10일 동안 생존할 에너지를 공급하기도 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제노봇은 생명을 다하고 사라지게 된다.
또한 제노봇은 스스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다. 제노봇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스스로 번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페트리 접시에 개구리 배아의 느슨한 세포를 제노봇과 함께 넣어두면 제노봇이 움직이며 세포와 충돌한다. 개구리 세포들은 특정 조건에서 끈적거리는데 이걸 한데 모으면 서로 달라붙게 되고, 5일 정도 지나 뭉친 세포가 충분히 커지면 작은 털들이 돋아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자손 제노봇’이다.
연구진은 제노봇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더 크게 만들기 위해 AI로 세포 진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뒤 제노봇을 C자 모양으로 잘라 게임 캐릭터 ‘팩맨’처럼 만들었다. 팩맨의 형태를 한 제노봇은 움푹 파인 부분으로 세포를 모을 수 있어 다른 모양의 제노봇보다 효과적으로 자기복제를 진행했고, 현재 AI로 설계한 부모 제노봇은 4세대 제노봇까지 만들어냈다.
제노봇의 활용
로봇공학자 조수아 봉가드(Joshua Bongard) 박사는 “사람의 상상력에 따라 이전에 기계에 의한 로봇이 수행하지 못했던 기능을 무한대로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제노봇은 생분해성인 데다 유전적으로 변형되지 않고 생체 적합성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사람 세포로 제노봇을 만들어 의학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노봇이 사람 몸에 들어가게 된다면 약품을 공급하거나 혈관을 청소하는 일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을 수집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수경 재배시설과 폐수‧하수처리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제노봇이 발전을 거듭하여 독성 물질을 감지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다른 로봇이 접근할 수 없는 환경에서 활용될 것이다.
학생기자 남선민(BISS Y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