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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오언스 | 살림 | 2019.06.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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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죽음이 쓰라리게 뒹구는 자리에 또 삶의 씨앗이 싹튼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프롤로그다. 이야기는 1960년대 ‘습지’라는 낯선 배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가족이 모두 떠나가고 홀로 남겨진 어린 소녀 카야. 누가 봐도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소녀는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로 자라간다.
따뜻하게 다가와 준 테이트를 통해 글을 배웠고, 점핑 아저씨의 도움으로 굴을 따서 팔아가며 살아낸다. 사랑과 배신, 성장과 아픔을 오가며 카야는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다. 야생을 사랑한 카야는 자연을 관찰하며 재능을 키워간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생태학자라는 이력을 한껏 발휘해 소설의 배경인 습지와 늪, 대자연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한때 카야와 사랑했던 체이스 앤드루스의 살인 사건이 겹쳐지면서 소설은 긴장감을 더한다. 긴 재판 과정, 그 사이 밝혀지는 비밀들, 마지막 통쾌했던 반전까지! 총 450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임에도 단번에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소설에서 작가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립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계층과 성별, 시대에 따라 다양한 차별이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 떼 놓을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키워드. 하지만 주인공이 인생의 굵직한 사건들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독자는 가슴을 쓸어 내린다. 다시금 희망을 본다. 이 소설은 곡예 하듯 힘겹지만 힘찬 카야의 삶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당신도 살아가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당신 자신의 인생을!"
책의 옮긴이는 말했다. “소설은 우리를 다른 세계에 데려가 주고, 낯선 세계에 홀리듯 몰입하게 해주고, 처음 책을 펼칠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마지막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고. 이 소설 또한 그렇다. 낯선 세계로의 여행을 마치고 책을 덮을 때, 한 뼘 깊어지고 넓어진 자신을 발견케 될 것이다.
김영경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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