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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매화 단상

[2022-03-11, 05:20:29] 상하이저널

 

梅花 매화
 -宋.王安石 [송]왕안석

墙角数枝梅,
담 모퉁이에 매화 몇 가지,
凌寒独自开。
추위를 이겨내고 저 홀로 피었네
遥知不是雪,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으니
为有暗香来。
은은한 향기 풍겨오는구나.

길었던 겨울 우기도 끝나고 상하이에도 이제 또 봄이 찾아 들려나 보다. 삭막하던 아파트 마당 한 편에 아직 차가운 겨울 냉기를 벗삼아 화사한 매화꽃이 피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른 봄을 알리는 반가운 전령이다. 혹한의 굳은 땅 속에서 힘차게 뻗어 올라 기어이 어여쁜 꽃망울 터뜨린 매화꽃의 기세를 보노라면 그 하늘하늘한 이파리 속 숨겨진 강인함에 숙연해진다. 매화는 꽃 중의 왕이라는 화려한 목단(牧丹) 다음으로 중국인이 좋아하는 꽃이라고 한다. 난초꽃, 연꽃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숙고의 과정도 없이 훌쩍 중국으로 건너 왔고, 화분 옮겨 심듯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이 바뀐 지도 벌써 4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매섭고도 낯선 환경 속에서 아직도 나는 매화나무처럼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워내는 매화는 오랜 기다림 끝 새 절기를 향한 희망의 절정에 우뚝 선다. 온 가지를 채찍질하는 거센 삭풍과 딱딱한 토양 속에서도 매화는 제 때가 오기를 조용히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리하여 요란하지도 않으며 서두르는 법 없이 고고하게 늦겨울의 황량함 속에서 봄의 서막을 알리려는 듯 저 홀로 단아하게 피어난다. 

중국에 온 첫 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을 일주일 넘게 앓았었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낯선 환경에서의 막막함과 고달픔이 맞물려 내 몸도 같이 슬펐고 괴로웠다. 머리로는 금새 받아들여진 새 보금자리가 그 동안 한국에 최적화되어 살아왔던 육체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어지간히 몸도 적응이 되었는가 사계절 눅눅함이 묻어나는 습기 가득한 상해 날씨에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몸이 편해지면 마음도 더 편해지겠거니 하였던 나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점이다. 분명 예전보다 중국살이가 더 이상 낯설지도 막연함도 많이 줄었건만 마음은 늘 허기지고 외롭고 고단하기만 하다.

주어진 상황에 불평하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 자기 본연의 가치와 소망을 일궈내려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매화는 이른 꽃을 피우기 위해 살을 에는 추위와 시련에도 참고 또 참으며 때를 기다린다. 그러나 나의 매화나무는 이미 고목이 되어버린 듯 하다. 해마다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는데 외국이라는 한계와 주부로서 엄마로서의 현실이 또 다시 꽃피울 나의 때에 대한 희망을 접게 만들곤 한다. 나의 때는 이미 시들었고 두 번 다시 꽃피울 수 없다는 생각도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창 밖 너머 겨울의 끝자락에 찬 기운을 잠재우며 또 다시 환하게 피어난 매화를 바라본다. 나 또한 언젠가 겨울의 긴 터널 끝에서 다시 한번 화려한 꽃을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현듯 해본다.  

윤방희(kleinni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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