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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황제 '김염'의 아내, 인민예술가 '친이' 별세... 향년 100세

[2022-05-09, 22:31:46] 상하이저널
(사진: 푸서위엔福寿园 그룹)
(사진: 푸서위엔福寿园 그룹)

 

 

중국인민예술가로 명성을 떨친 영화배우 친이(秦怡, 1922~2022) 여사가 지난 9일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 교민들과 재중동포 사회에서 친이 여사는 중국 영화황제 김염(金焰, 1910~1983)의 배우자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 100년 영화사의 산증인 친이 여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상하이화동병원에서 오랜 숙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16세에 처음 무대에 올라 25세에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중국의 변화 속에서 배우로서 다양한 중국 여성들의 이미지를 연기했다.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가 그를 '중국의 스타(中国自己的明星)'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영화계 떠오르는 스타였다.

 

   

  

1949년 신중국 성립된 후, 태어난 곳인 상하이로 돌아와 새로 설립한 상하이영화제작소에 합류해 그의 연기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열었다. 그녀가 주연한 많은 영화들은 모두 신중국 영화의 고전으로 통한다. <철도 유격대 铁道游击队>, <마란꽃이 피다  马兰花开>, <여자농구 5호 女篮5号>, <청춘의 노래 青春之歌>  등 1950년대 후반 상하이 영화 발전시기에 "최초", "최고"라 불리는 작품이 쏟아졌다. 

 

 

친이 여사는 지난 2010년 5월 홍차오진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김염 평전(연변출판사 김창석)'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당시 91세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중국 100년 영화사를 거슬러봐도 영화황제 김염을 초월할 만한 남자배우는 아직 없었다"라고 김염을 회고하고, 한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감사를 전했다. 또한 친이 여사는 당시 김염이 폐교위기에 놓인 인성학교를 위해 교육국에 공문을 올리고 상하이시장을 만나는 노력을 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10년 '김염 평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故 친이 여사

 

중국 영화황제 김염은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나 상하이에서 활동한 김염(본명 김덕린)은 상하이 영화제작소 부주임, 상하이 인민대표대회 대표, 중국영화작가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중국 국가 1급 배우로 임명돼 마오쩌둥의 접견까지 받은 조선인 영화배우다. 

 

친이는 1947년 김염과 결혼했다. 김염은 두 번째 결혼이었다. 시인이자 정치가인 궈모뤄(郭沫若)가 주례를 보는 등 두 영화배우의 결혼은 당시 화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혼 후 그녀는 배우로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을 20년간 돌봐야 했고, 1983년 김염이 사망한 뒤에는 홀로 정신질환이 있는 아들을 또 20년 넘게 돌보며 지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원망도 컸지만 생전에 나무로 조각한 배를 보며 남편을 떠올리곤 했다고 회고한다.

 

남편을 떠나 보낸 그는 이번엔 성치 않은 아들을 미술 치료 등으로 극진히 돌봤다. 그 결과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0년, 아들이 그린 그림을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2만 5000달러에 경매로 사들이면서 "친이는 내가 숭배하는 중국 영화배우이자 위대한 어머니"라고 그림을 산 이유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2010년 이후 친이 여사도 지병으로 오랜 기간 병원에서 보냈다. 김염 평전 출판기념회 이후 몇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여배우로서 늙고 병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정중히 거절해 왔다. 그녀는 최근 중국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나는 일생 동안 내가 만족할 만큼 자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연기를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내 아이와 가정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중국 영화황제 김염의 묘(상하이 푸서우위엔)

 

고(故) 친이 여사의 유해는 남편 김염과 함께 칭푸 푸서우위엔(福寿园)에 안치될 예정이다. 2010년 고인이 된 아들이 아버지 김염의 왼편에 먼저 자리했다. 


당초 김염은 1983년 롱화열사능원(龙华烈士陵园)에 묻혔다가 1998년 상하이 문화예술인들의 묘역 푸서우위엔로 옮겨 안장했다. 당시 친이 여사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친척과 한국영화대표단 등이 상하이를 방문해서 중국 혁명열사 능원에서 추모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푸서우위엔을 택했다고 한다. 이후 친이 여사는 2010년 6월 푸서우위엔이 인문기념관으로 승격된 것을 기념해 김염이 받은 '중국영화세기상' 트로피 두 점을 기증했다. 

 

한편, 독립운동가 집안의 김염은 한국 최초의 양의사인 아버지 김필순(김마리아 숙부)이 105인사건에 연루되어 중국으로 망명할 때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주해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1919년 아버지가 일본 밀정에게 독살당한 뒤, 독립운동가인 고모 김순애(상하이 대한애국부녀회 대표) 집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상하이임시정부 외무총장을 지낸 김규식(김순애의 배우자)과 대한적십자회를 창설한 서병호는 김염의 고모부이며, 2.8동경유학생 독립선언을 주도했던 대한애국부녀회 회장 김마리아와 상하이한인청년당을 창설한 서재현(서병호의 아들)과도 사촌지간이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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