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면적은 네 번째로 크지만 넓은 땅만큼 여러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각양각색의 주거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각 지역마다 지리적 요건과 기후가 다르고 민족적 특성에 또한 각기 다른 주거 형태와 고유한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에 위치해 닮은 듯 또 다른 주거 문화를 이어온 중국도 현재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경기에 따라 주거 정책과 부동산 가격이 변동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중국의 다양한 주거 문화에 대하여 알아보자.
중국의 과거 주거 형태와 주생활 양식
한국에는 전통 한옥이 있듯이 중국에는 사합원(四合院)이 가장 오래된 주거 형태로 남아있다. 사합원은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 북부지역인 화베이(华北)지방의 대표적인 주택 양식이다. 사합원은 글자 그대로 동서남북 4개의 건물이 가운데 정원을 둘러 싸고 있는 폐쇄적인 구조의 배치 방식이다. 유교적 문화에 따라 남향이자 주택의 중심인 정방(正房)은 집안의 가장이나 연장자가 거주하고, 양 옆 상방(厢房)에는 자손들이 거주하였으며, 남쪽 도좌방(倒座房)은 창고나 하인이 머무르는 형태였다.
사합원의 구조는 중앙 정원을 중심으로 외부와 단절된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혼란한 시기가 많아서 가족을 중심으로 이웃을 포함한 외부의 침입을 경계하였던 옛 중국 한족 (汉族) 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사합원은 중국의 가족 관계, 사상, 사회, 그리고 문화를 대표했던 건축물이라 볼 수 있다.
토루(土楼)
한편, 중국 남부 지역에는 공동체적인 건축물인 토루(土楼)를 종종 볼 수 있다. 토루는 사합원과 마찬가지로 중앙을 중정으로 하며 흙으로 된 원형의 높은 벽으로 둘러 싸여져 있는 주거 형태로 공동 집합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토루는 보통 고지에 위치한 마을들을 방어하기 좋게 요새처럼 설계되었으며, 여러 층으로 지어진 건물에는 여러 세대 가족이 같은 성씨를 중심으로 모여 살았기에 집성촌과 같은 의미이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과거의 중국 주택은 보수를 통해 현대적 공간으로 재건되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삶의 터전보다는 관광지로 변화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현대 주거 형태와 주거 정책
20세기 말, 중국의 현대화와 사회주의 체제의 복지화 주택정책 아래 주요 도시에는 아파트들과 중층 빌딩들이 많이 들어섰다. 중국에서는 ‘2자녀 정책’ 시행 이후로 방 3개 짜리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가 인기이며, 대부분 한국 아파트들과 유사하게 침실, 주방, 화장실, 베란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비슷한 내부 장식으로 제공되는 한국 아파트 분양과는 다르게 중국은 실내 인테리어 옵션 없이 구매 후 직접 구비하는 경우가 흔하다.
중국의 주거 계약 형태는 한국과 같은 전세 개념 없이 대부분이 월세이고, 주로 한 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야진(押金, 보증금)을 첫 달에 더해 내는 방식이다. 상하이의 경우, 평균 매매가가 한화로 평당 3700만원 <2021년 상하이반석부동산 기준> 정도로 상당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 19 확산과 상하이시 봉쇄로 인해 경제적 불황을 겪으면서 상하이시 인민정부는 ‘상하이시 경제 회복 및 가속화 행동 방안(上海市加快经济恢复和重振行动方案)’을 발표했다. 50조 정책안 중에서 부동산 정책과 주택 수요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 안으로 도심 노후화된 구역(中心城区成片旧区) 재개발을 완료하고 기타 노후 구역의 개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8개 이상의 도심촌(城中村) 개조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시 전반적으로 부동산 개발 투자를 활성화한다.
쥐얼후통(菊兒胡同) 프로젝트: 새로운 도시 주거 전통의 개발
쥐얼후통(菊兒胡同)
1978년 베이징에서는 전통 도시 주거 형태인 사합원을 현대식으로 재건해 새로운 집합 주거를 만들고자 대대적인 중국 도시 재생 프로젝트 연구를 시작하였다. ‘쥐얼후통 프로젝트’는 과거식 주거 형태의 보존과 현대식 도시주거로의 개선으로 하수도와 도시 주거에 필요한 설비를 재건하고 주거용도 이외의 시설을 확장하여 과거의 건물들이 업무, 공장, 그리고 상업 등 복합적인 용도의 도심 주거지로 재설계됐다.
중국의 문화는 광대한 땅덩어리만큼 다양하고 복잡하여 특정지어 소개하기 어렵다. 위에 소개된 전통가옥들과 현대 주거 형태 역시 수많은 중국의 주거 문화 중 일부이며, 이 외에도 소수 민족들이 보존하고 있는 전통적인 주거 생활 양식들이 존재한다. 비록 도시화로 인해 이제는 많이 찾아볼 수 없는 주거 문화들이 중국인들의 역사 속에 남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선조들의 지혜와 전통을 보존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쥐얼후통 지구 개발과 최근 상하이시 도심 노후 구역 재개발 정책을 보면 전통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과제를 잘 추진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학생기자 서지호(상해중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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