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환·노동시장 곳곳에 '죽의 장막' 여전
중국은 11일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5년째를 맞았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죽의 장막’을 벗어던졌던 중국은 2001년 12월11일 WTO에 가입하면서 제2의 개방에 들어갔다. 중국은 이후 연간 10%를 넘나드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세계시장을 움직이는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죽의 장막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는 “중국에서는 WTO와 약속을 지킨 만큼 더 이상 시장을 자유화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번지고 있고 경제 국수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주의 색채를 띤 장벽은 금융·외환·투자·노동시장 등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중국은 WTO와의 개방 약속에 따라 11일부터 외국은행에 개인 영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는 현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은행 영업에 국한된다. 외자계 은행지점에 대해서는 100만위안(약 1억2000만원) 이상의 개인 예금만 받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중국 증시의 진입 장벽,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 인수·합병(M&A) 제한, 중국 진출 기업의 최소자본금 한도 제한, 중국 진출 기업에 강요되는 근로자 4대보험 의무 등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들은 “WTO 가입 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중국의 문은 아직 반쯤 열린 상태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WTO 가입 5년이 지나면서 중국경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외 개방과 무한경쟁의 세계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 대부분이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아 세계 시장에 물건을 팔고 있다. 올해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대외교역 총액의 3분의 1은 외국계 기업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계 기업은 중국 내수시장도 파고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토종자본과 외국자본의 대결’이 경제 화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해 “지난 5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인의 생각이 변했다는 사실”이라며 “중국의 과제는 변화된 국제환경에서 어떻게 안정과 발전을 지켜나가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강호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