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고령화 현상이 급격히 심화하면서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 문제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을 재고하기 위해 10월은 경로의 달로 지정되었으며 10월에는 노인에 대한 공경과 감사한 마음을 새기는 다양한 기념일들이 있다. 이의 예시로 199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45차 유엔총회에서는 10월 1일을 ‘국제 노인의 날’로 결의했으며 대한민국 노인의 날은 10월 2일, 중국 노인의 날은 중양절이기도 한 음력 9월 9일(2022년 기준 10월 4일)이다. 노인의 날이 제정된 의미를 돌아보며 고령화 현상이 한중 두 나라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의 고령화 현상
대한민국의 고령화 현상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은 2001년 고령인구 비율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노년 인구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2018년 고령 인구 비율 14.4%로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더 나아가 3년 뒤인 2025년에는 고령인구(65세 이상)가 1,000만 명을 넘게 되면서 초고령사회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 또한 비슷한 시기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노인 인구의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UN의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은 현재 2억 명을 돌파한 것에 이어 2035년 3억 명 이상이 되며 초고령사회에 다다르는 등 극단적인 인구 구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중국에 대한 인식과는 반대로, 류위안리 중국 노년 보건협회 회장에 의하면 “중국의 인구 노령화 과정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른 속도로 심화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고 다양하여서 고령화 과정도 비교적 복잡하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장수한다는 것: ‘축복’에서 ‘우려’로
인구는 노화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양국의 양로보험 등 공적 체제가 턱없이 부족하고 노인 복지 시스템도 열악해 이에 대한 해결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장수라는 축복이 이제는 노년 생활에 대한 우려로 물들고 있다.
한국의 경우 노년 인구는 늘어나지만, 점점 빈곤해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의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을 볼 수 있다. 전체 노인 인구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7.2%가 빈곤층에 해당하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수치이다. 이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소득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소득절벽 현상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연금을 포함한 전체 사회복지 지출도 한국은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은 GDP의 9.3% 수준으로 21.9%를 기록한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았다. 그리고 이러한 낮은 사회복지 지출로 인해 노인들의 건강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요양원과 무료급식소의 식재료는 부실하고 관리가 소홀히 되고 있으며 우울과 고독으로 인해 점점 많은 수의 노인들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자살을 택하고 있다.
중국 또한 빈곤한 노인의 증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未富先老)'와 같은 신조어가 생성되고 있다. 수치적인 고령화 수준은 한국 등 선진국과 비슷한데 국민 소득은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부자 대 가난한 자’와 같은 다양한 모순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와 노인 복지 시설 부족이라는 사회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작년 (2021년) 중양절 당일, 시진핑은 ‘인구 고령화 국가 전략을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라는 고령화 대응 사업에 대한 중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한중 미래 경제의 중심? 실버시장의 성장
심각한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대부분 이들이 인구구조 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노년 인구의 증가에 반대로 환호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는 바로 새로운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실버시장을 이끄는 이들이다.
중국 내 소득 증가에 따라 노인 인구의 소비 관념이 크게 변화하면서 노년 삶의 풍족함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최근 중국에서는 노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은발경제(银发经济)'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등장한 노인 소비층을 분석해 시장 확대 기회로 삼고 있다.
아이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16~20년 중국 실버경제 시장은 매년 두 자리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지난해보다 25.6% 확대된 5조4,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내 실버산업 관련 기업도 크게 증가했다. 기업 조사기관 톈옌차에 따르면 현재 실버산업 관련 기업은 약 22만 개로 이 중 등록자금 1,000만 위안 이상이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광둥성과 산둥성 소재 기업이 2만 개 이상으로 1, 2위이고 쓰촨성이 1만 4000여 개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도 인구 고령화와 트렌드에 맞춰가는 노년 인구가 주력이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버시장이 새로운 경제와 소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본다면 꽤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실버 시장이 개척되면서 경제와 사회가 색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국가와 사회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의식이 결핍된 상태라면, 고령화가 초래할 문제는 상당히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노인 인구를 존중하고 그들이 최소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에 대한 정확한 해결방안은 한중 양국뿐만 아니라 함께 늙어가고 있는 글로벌 사회 전체가 논의하고 함께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학생기자 이성현(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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