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나가서 놀아라
코로나 19기간에 까오카오를 치고 대학생이 된 첫째는 오프라인 수업 시간보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니 2학년이 된 일상도 시큰둥해 보인다. 매일 내게 언제 퇴근하는지, 주말에 뭘 할 건지를 물어보거나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다 같이 저녁 먹기를 바라는 등 다 컸는데도 손이 가는 언행을 한다.
“너도 이제 남자친구를 좀 만나면 어떨까? 중국오빠든, 한국오빠든, 연상연하... 엄마는 다 괜찮은데"
그런데 딸은 남자친구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게도 딱 한가지이다. 얼굴이 잘생겨야 한다는 것. 물론 비율도 중요하단다. 얼굴은 배우 이진욱이나 이동욱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지난 몇년간 이 기준이 변한 적이 없어 속으로 내심 좋아했다. 잘생긴 사위는 보겠구나 싶어서. 그런데 최근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배우 마동석 사진을 내밀더니 어떻게 느껴지냐고 묻는 거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왜?"라고 되물으니,
“엄마, 마블리는 너무 조화롭게 아름다운 거 같아”
내가 모르던 친구
'그래,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면 됐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던 찰나에 아이의 데이트(?)를 목격했다. 우리 동네에 신선한 베이글샌드위치와 아주 향기 좋은 커피를 파는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여기의 매력이 야외 테이블이 훨씬 운치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미 개장 첫날부터 출근 도장을 찍고 있었다. 한가로운 주말, 아이는 학교 소모임 활동을 나갔고 오랜만에 혼자 커피 좀 마셔 볼까 싶어서 베이글 카페를 찾았는데 첫째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것도 이쁘장하고 센스티브하게 잘 생긴 또래 남자애랑. 순간 눈이 마주쳤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이웃집 언니처럼, 친한 학교 선배인양 “어, 너 여기있었니?”라며 씩--- 웃고는 지나쳤다.
둘이 소모임 활동 팀인 듯한데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집으로 왔다. 그 사이 아이들은 말없이 자리를 떴다. 저녁에 돌아온 첫째에게 그 남자아이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일상의 모든 걸 얘기하던 아이지만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친구였다.
아이만의 성장 판, 트위터
첫째는 태어나면서 샤먼과 홍콩, 상하이에서 자랐다. 가족이 신앙이었고 삶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내가 모르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사람이 있는다는 게 신기하고 좋기만 하다. 나와 다른 취향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읽으며 내게 "왜?"라고 끝없이 물어보는 통에 (말문 트이던 시절의 난해함이 진행형이라니), 나는 어쩔 티비만 외치고 있다. 그리고 내게 절대 비밀인 첫째의 트위터는 아이가 올리는 글이 몇 천, 몇 만단위로 리트윗 되며 인기를 끌고 출판 제의도 여러 번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어렵게 트위터를 알아내 몰래몰래 아이의 글을 보고 있다. 언제 이리 컸는지 신기했다.
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 겨울이 지나면, 아이는 더 선명한 눈으로 나와 다른 세상을 읽고 말하겠지. 살던 버릇으로 사는 나와 다르게 가볍게 웃고 확대된 시선으로 수다를 늘어놓을 봄날의 아이가 벌써 그립다.
betty(fish7173.naver.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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