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되면 서양에서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가 열린다. 기독교 문화의 영향이 큰 대한민국에서도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로 지정되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만, 세계 국가 중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닌 국가도 존재한다.
동아시아권에는 일본과 중국이 있다. 한국 주변의 일본과 중국 두 국가는 성탄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한국이 오히려 특별하게 보일 정도다. 일본의 경우에는 기독교인의 수가 현저히 낮은 까닭이지만 중국은 일본과 달랐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와 관련된 기념일이 공휴일로 지정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헌법 제36조에 의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중국 내에서 종교활동을 하려면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셈이다.
중국에서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도 크리스마스, 밸런타인 데이 등 서방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종교적인 의미는 없었지만 중국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탄절이 하나의 글로벌 축제로 받아들여졌다. 2017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티몰(天猫 톈마오)에서는 연간 60만 개가 넘는 크리스마스트리와 300만 개의 장식물이 판매되면서 중국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17년 12월 21일 정부에서 성탄절 금지령이 내려짐과 동시에 중국에서의 모든 성탄절 관련 행사를 금지하고 트리 장식을 철거하는 등 ‘반(反)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2018년 10월 제19회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장하며 중국 고유의 문화를 더욱 신경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방 문화는 중국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말 중국 당국의 유명한 교회 3곳의 문을 닫으며,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도시에서는 산타 양말이나 인형 판매 자체를 금지했고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들을 세우는 것 또한 금했다. 그 이후는 이전과 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9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시진핑 주석의 모습(출처: 바이두)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대신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념한다고??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챙기지 않지만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념하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있다. 중국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핑안예’(平安夜;pinganye)라고 부른다. ‘평화로운 밤’ 이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사과를 뜻하는(苹果 pingguo)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평안한 밤, 평화로운 밤, 행복’을 기원하며 가족과 친구들과 사과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이때 평범한 사과가 아니라 平安(평안)이나 圣诞快乐(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산타나 예쁜 문양을 사과에 새기고 주고받는다. 이것은 사과를 뜻하는(苹果)와 크리스마스 이브를 뜻하는(平安夜)가 합쳐져(平安果)라고 부른다. 통상적으로는 1개의 사과와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같이 챙겨주는데 보통의 사과보다 몇 배는 더 비싼 가격이지만, 마트나 인터넷에서는 항상 높은 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중국인 사이에 사과를 선물하는 문화가 보급된 건 불과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중국도 중국의 방식대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平安果(출처: 바이두)
중국만의 기념일과 지금의 중국 분위기는?
중국에서는 한국과 다른 분위기의 기념일이 존재한다. 바로 밸런타인데이(白色情人节)와 화이트데이(情人节)다. 예전에는 두 기념일이 유행하지 않았지만 오늘날, 일본과 한국처럼 챙기기 시작했다. 처음 중국에 이 문화가 들어왔을 때에는 남녀의 구분없이 서로에게 선물하는 문화였지만, 이제는 한국과 일본과는 달리 선물하는 성별이 반대가 되었다. 화이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문화가 만들어졌고, 밸런타인데이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렛을 선물을 한다. 중국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문화가 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특이하게 온라인 밸런타인데이라는 기념일이 존재한다. 온라인 밸런타인데이는 매년 5월 20일과 5월 21일로 다른 공휴일과 달리 특이하게 이틀에 걸쳐서 보내는데 이 날은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고백하는 날로 쓰인다. 5월 20일은 ‘고백을 하는 날’ 5월 21일은 ‘고백에 답하는 날’이다. 5월 20일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된 이유는 사랑한다는 고백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까닭이다. ‘520’의 중국어 발음이 五二零(wuerling)인데 , 사랑을 고백하는 我爱你(woaini)와 발음이 비슷하다. 중국인들은 온라인 밸런타인데이를 다른 말로 ‘연인의 날’ ‘커플데이’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숫자와 발음이 비슷한 것으로 유행어를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예로 8282=빨리빨리 가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발음을 이용해서 유행어를 만드는 경우는 많지만, 중국은 발음을 이용해 온라인 밸러타인데이라는 자신들만의 기념일을 만들어냈다.
중국의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출처: 바이두)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의 분위기를 보면 크리스마스를 소소하게 즐기는 분위기다. 중국에서도 카페나 백화점을 돌아다니다면 어렵지 않게 꾸며 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고 길거리에서도 캐럴이 흘러나와 들을 수 있다. 다만 중국에서의 크리스마스가 조금 다른 점은 크리스마스를 조금씩만 축하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국가의 공휴일로 지정하며 국민 모두가 온전한 휴일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층을 주축으로 서로 조금씩 축하하며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낸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인정할 수는 없기에 국민들이 눈치를 보며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중국에서도 천천히 크리스마스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뀔지, 아니면 계속해서 국민들만 소소하게 즐기는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학생기자 유형규(저장대 공상관리학과)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