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때 상하이로 건너 온 큰 아이가 벌써 고3이 되어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 있을 땐 중국 법대로 살자는 이 엄마의 요청에 의해 아이는 쭉 로컬학교만 다녔다. 대학도 중국 대학을 염두에 두다가 코시국을 거쳐 진로를 완전히 한국으로 틀었다.
그동안 주변에서 12특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관심도 크게 없었고,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도 잘 못했었다. 먼저 입시를 치렀던 분들께 궁금한 것을 물어봤지만 매번 대답은 영 신통치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온라인 입시 설명회라는 것을 들었고, 같은 내용을 두 번 시청하니 그제야 감이 좀 잡히기 시작했다.
입시에 슬슬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우리 아이와 같은 로컬 학교를 다녔던 한국인 학부모로부터 톡이 왔다. 몇 년 동안 연락 한 번 없었는데 웬일인가 싶더니, 우리 아이보다 한 학기 먼저 입시 준비를 한다며 학교 서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길래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을 드렸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매번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본인 아이가 먼저 입시를 치르는데, 결국 이 도움은 우리 아이한테 혜택이 갈 것이라는 뉘앙스가 영 탐탁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도움받을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나는 불편한 마음은 접고, 서류를 떼면 나한테도 공유를 해달라고 오히려 부탁을 하며 통화를 끝냈다. 23학년도 전기 입시는 이미 끝났고 결과도 모두 나왔다. 하지만 이 분은 그 후로 지금까지도 전혀 연락이 없다.
이제 우리 아이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입시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각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입시 요강이다. 이것도 모르고 있다가 작년에 입시를 치른 지인이 알려주었다. 각 대학은 친절하게 PDF 파일로 다운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놔서 다운 받아 놓고 수시로 보고 있는 중이다. 준비해야 할 서류 목록뿐만 아니라 성적표에 표기해야 할 내용도 자세하게 나와 있다. 대학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동소이했다. 몇 개 대학 입시 요강을 읽으니 그동안 궁금했던 아포스티유가 영사 도장을 찍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됐다. 중국은 아포스티유 협약국이 아니라서 영사 도장으로 대신하는 건데 왜 이걸 속 시원히 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정보 공유에 인색해서 일까?
나도 주변에서 “난 잘 모르겠어, 자기만 믿을게,”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생기는 부담감에 어떤 말도 해 주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감정일 것이다. 입시 요강을 봐도 애매한 것들은 입학처에 직접 물어보니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준다. 이제 나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나 때문에 아이가 대학 못 갈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Hal su it da!!!
모든 입시생과 학부모님들의 건투를 빕니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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