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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순돌이

[2023-02-11, 07:41:09] 상하이저널
남자친구 손을 꼬옥 잡고 용기 내서 들어가는 문 앞에 순돌이가 버티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눈도 안 뜬 강아지를 데려와 우유 먹여 키웠다는 순돌이는 진돗개+아키다 혼혈의 보기에도 듬직한 덩치에 까다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내게는 무서운 ‘개’ 였다. 

시누이 역할도 순돌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가풍을 배우라는 시부모님의 말씀에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떨어져 몇 개월을 시부모님 댁에서 혼자 살아야 했다. 가풍을 배우라지만 그냥 모시고 다니며 맛집을 다니고 하루 세끼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방법을 옆에서 보며 간을 보고, 고추장 된장 간장 만드는 법을 지켜보고 5일장에 따라다니는 게 일과였다. 큰 개를 유난히 무서워하는 나를 배려해 담을 키우라고 시어머니는 외출 때마다 집 열쇠를 개 집 안에 넣어두곤 하셨다. 나는 시어머니 귀가 때까지 집 안에도 못 들어가고 대문 밖에서 방황을 해야 했다.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남편이 있는 서울로 올라갈 때 그래도 부모님 집에 순돌이가 있어 다행이다 생각했다. 첫째를 낳고 돌잔치를 하러 시골집에 갔는데 돌쟁이 신발을 물어뜯던 개를 보고 인상을 썼었다. 그게 순돌이의 마지막 기억이다. 어떤 사고인지는 모르겠으나 순돌이는 어느 날 죽고 오랜 시간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았다.

우리집엔 바둑이도 있다

4년만에 한국에 간 아이들은 신이 났다. 처음으로 아이 둘만 비행기를 타고 방학을 보내러 한국할머니 댁으로 갔다. 무엇보다 좋은 이유는 순돌이가 있어서다. 다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름은 여전히 순돌이다. 사실, 집안의 모든 개 이름은 순돌이였다. 이번엔 풍산개+리트리버 혼혈로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지고 힘도 센 강아지가 왔단다. 집안은 활기가 돌고 아이들은 옛날 옛적 이야기처럼 말로만 듣던 전설의 순돌이를 만나 매일 매일 행복해했다. 하루 두 번만 사료를 먹어 밥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똥은 하루에 6번을 싸는 바람에 아이들은 쉴 틈이 없단다. 데리고 나가서 산책하고 똥도 싸게 해야 하니 하루가 짧을 수밖에 없다. 특히 둘째가 순돌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어려서 태명이 ‘바둑이’였던 둘째는, 늦둥이로 생겨서 탈 없이 잘 태어나라고 태명도 바둑이로 지었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태명이 바둑이인 걸 싫어하지 않을까요?” 천만에. 우리 둘째는 자기가 바둑이인걸 넘 좋아한다. 태명을 부르는 소리도 귀엽다고 생각 한다나. 10살이 되도록 강아지를 가까이서 본 일이 없었는데 동네 지인이 여행을 다녀오느라 맡긴 강아지를 보름 정도 임시보호하며 강아지와 처음으로 정이 들었던 아이다. 키우고 싶어도 상하이 생활에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둘째에겐 강아지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같이 있어도 하루 종일 순돌이 생각만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순돌이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단다. 


다시 만날 때까지 

다음 주면 아이들이 한국에서 상하이로 돌아온다. 순돌이는 할머니 댁에 혼자 남는다. 둘째도 순돌이도 서로가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울까? 혼자 계실 할머니를 잘 지켜드릴 수 있도록 매일 훈련을 시키고 있단다. 그 훈련 속에는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 잘 지내고 잘 견딜 수 있는 마음의 훈련이 함께 하겠지. 지금은 무엇보다 애틋할 시간. 다시 만날 때까지 순돌이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기를. 

Betty(fish7173.naver.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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