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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83] 아픈 몸을 살다]

[2023-03-22, 17:20:21] 상하이저널
아서 프랭크 | 봄날의책 | 2017년 7월
아서 프랭크 | 봄날의책 | 2017년 7월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몸이 고장 났다. 공포와 절망 속에서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갑자기 생각지도 않던 질병 통고를 받았을 때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질문이다. 나 또한 별거 아니겠거니 했던 질병으로 의사로부터 수술까지 권유받았던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질병 앞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내 질병의 주인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줬던 책이다. 

우선, 이 책의 저자 아서 프랭크(Arthur W. Frank, 1946~)는 대학에서 의료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학자이다. 그는 39살과 40살에 각각 심장마비와 고환암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아픈 몸을 살다> 는 단순한 질병 수기가 아니라 환자로서의 경험과 사회학자로서의 통찰, 그리고 회복사회(회복 중인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의 평범한 시민으로 겪은 질병에 관해 쓰고 있다. 의학의 한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질환(disease)과 질병(illness)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저자는 우선 질병과 질환의 차이부터 재정의한다. 

질환 용어는 몸을 생리학으로 환원하며 측정할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질병은 질환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경험이다. 질환 이야기가 몸을 측정한다면, 질병 이야기는 고장 나고 있는 몸 안에서 느끼는 공포와 절망을 말한다. 내 삶에는 체온과 순환도 있지만 희망과 낙담, 기쁨과 슬픔도 있으며, 이런 것들은 측정할 수 없다. (중략)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27쪽~30쪽)

이어서 저자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들어가며 의학이라는 권위에 눌려 스스로 자기 몸을 식민지로 내어주는 삶을 경계한다.

화학요법 치료 중에 한 간호사가 나를 '53호(병실 번호) 정상피종(고환암의 한 유형) 환자라고 칭했다. 이 진단명은 내 이름을 완전히 밀어냈다. 병원에서 만든 진단명이 내 정체성을 규정한 것이다. (중략) 통증을 겪는 사람은 모든 것이 조각나고 뒤죽박죽되고 있다고 느낀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려워지고 일도 하기 힘들다. 반면 의학은 통증이 삶에서 갖는 의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통증은 질환의 증상일 뿐이다. 의학은 아픈 사람의 통증 경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치료법이나 관리법에만 관심을 둔다. 의학은 분명 몸의 통증을 줄여주지만, 그러면서 몸을 식민지로 삼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의학의 도움을 구하면서 맺는 거래 조건이다. (86쪽~87쪽)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아픈 사람의 삶이 더 자유로울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픈 사람은 자신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자기 의지를 전혀 행사하지 않아도 세계가 이미 완벽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픈 사람은 자유롭다. (40쪽)
나는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차 있다고 여전히 믿지만, 분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병이 났다고 죄책감을 느낄 만큼, 아니면 건강하다고 자랑스러워할 만큼 나는 전능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벌어지는 일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갈지 계속 모색하는 것뿐이다. (141쪽)

'건강의 자유, 시간의 자유, 경제적 자유'가 한꺼번에 허락되는 경우는 잘 없는 듯 하다. 이 책은 그 모든 자유가 한꺼번에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삶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 답을 주는 책인 것 같다. 

삶을 덤으로 받았다고 여길 때 우리는 건강이나 질병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질병에 대한 공포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건강만을 원하는 욕망 또한 넘어설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질병을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질병이 가져오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덤으로 얻은 삶이란 강물 위에 비치는 햇빛을 바라보는 것이다. 여기, 내가 질병을 겪으며 배운 교훈 중 반절이 있다.
하늘은 파랗고, 
강물은 반짝인다. (222쪽)
                                             
류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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