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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항] 2023 상하이 일일투어 글짓기대회_ 최우수상

[2023-06-16, 20:36:42] 상하이저널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뿌리를 생각한다"

‘백년 전의 일로 일본에게 무릎을 꿇게 할 수 없다’는 국가 지도자의 말(?)이 내뱉어진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까? 전범기인 욱일기를 달고 일본해상자위대함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데, 언론은 욱일기가 아니라 ‘햇살무늬 자위함기’라며 추악하게 ‘참신한’ 용어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일본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TBS 뉴스를 보면 <해상자위대 호위함, 욱일기 내걸고 한국 부산에 입항.. 한국 주최 다국간 훈련 참가>(海上自衛隊の護衛艦「旭日旗」掲げ韓国・釜山に入港 韓国主催・多国間訓練に参加へ)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욱일기라고 부르는데, 일부 한국 언론은 ‘햇살무늬 자위함기’라고 쓴다. 욱일기를 무분별하게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비슷한 문양만 봐도 전범기라고 우기는 반일감정에 사로잡힌 피해의식’이라고 비하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일베’들이 만들어낸 용어가 ‘햇살무늬 발작증’이다. 전범기로서의 욱일기 비판을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조롱하는 자들은 도대체 어떤 역사를 배웠을지 궁금하다. 

외국에 살며 아이들을 기르다 보니 외국어 몇 마디에는 조금 더 노출되었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뿌리와 역사에 무지해서 합리적 이성이 마비된 ‘일베’형 인간으로 내 아이들이 성장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그런 걱정 가운데 장가항 한상회 중국 일일 투어에 참석하여 가족들과 상해 임시정부를 돌아보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타국에 함께 살고 있는 한국인들과 함께 우리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둘러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한국의 독립을 위한 투쟁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유적지를 탐험하는 여정이 개인적인 경험을 우리의 유산과 선조들의 강인한 정신과 연결시켜 그 역사적 중요성을 각인시켜 줄테니 말이다. 동물원과 서커스 구경할 생각에 우리 아이들 또한 흥분해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임시정부청사 관람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예전에도 아이들과 가 본 일이 있으나 그 여정이 의미 있는 기억으로 자리매김하기엔 아직 그들이 너무 어렸었다. 이제 이 도시의 외형의 화려함에 우리의 시선이 독점당하지 않고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 맞서 싸운 선조들의 불굴의 정신과 그들의 희생을 느끼고 민족독립을 위한 그들의 고된 투쟁에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사진=상하이 일일투어(장가항 한국상회)]

 

임시정부청사를 향해 가는 버스 창밖으로 황푸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황푸강을 통해 바다와 연결되는 상하이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남아 있다. 유럽풍의 건물이 가득 들어선 와이탄 거리에는 지금은 중국 국기가 나부끼지만 백 년 전만 해도 프랑스, 영국과 같은 서구 열강이 직접 통치하던 조계지였다. 황푸강을 중심으로 와이탄 건너편에는 최첨단 고층 건물이 진을 치고 있다. 열강이 차지하던 시절에 세워진 유럽식 건축물과 중국의 발전을 대변하는 현대적 건물의 공존, 현대성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의 독특한 모습은 대조적 매력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지금은 이토록 매혹적인 이 땅에 우리 땅에서 독립운동을 할 수 없었던 애국지사들이 육로로 그리고 바닷길로 이곳에 왔을 터. 개항 이후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던 황푸강 부두에 그들이 첫 발을 디뎠을지도 모르는 그곳과 내 발자국이 겹칠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시간을 거스른 묘한 연대감이 가슴에 솟구친다. 그들에게 상하이는 조국을 되찾는 희망의 기지였을 것이다. 와이탄은 작금의 우리에게 아름다운 관광명소이지만 백년전 조국 독립을 열망하며 꿈을 펼치고 목숨 바쳐 일제와 맞섰던 이들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상하이는 또다시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 된다.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상하이가 오늘처럼 세계적 도시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중국의 아픈 역사인 아편 전쟁이었다. 아편 전쟁 후 수많은 서구 열강이 경쟁하듯 상하이에 들어오며 현대적 도시로 상하이를 탈바꿈 시켰지만 중국인 누구도 아편전쟁을 일으킨 영국 덕분에 중국이 근대화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의 식민통치가 고대 노예적 삶을 살아가던 조선을 근대사회로 이행시켰다고 주장하거나 소녀상 앞에서 ‘아베 수상님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는 자들이 너무도 당당하게 활개 치는 대한민국. 황푸강 건너 화려한 마천루들을 바라보며 인간말종들의 정신 나간 짓거리가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목격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황푸강 인근의 풍광에 빠져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잠시 황포탄의거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저 강변 어딘가에서 일본 육군대장 다나카 기이치는 하선했을 것이고 그를 향해 발사된 오성륜의 총알이 불행하게도 신혼여행차 상해에 온 영국인 신부를 즉사하게 만드는 비극을 낳았다. 황급하게 자동차로 내달리던 다나카를 겨냥한 김익상의 총탄은 그의 모자만을 관통했고 이종암이 던진 폭탄마저 불발되어 다나카 암살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몰려든 군중 사이를 헤치며 총탄을 발사하고 폭탄을 투척하던 그곳을 백년 후 우리는 한가로이 지나며 아름다운 도시 풍광을 만끽하는 것이다. 시대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없기에 적어도 내가 사는 시대가 평화로움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신천지 인근을 지나고 있다. 프랑스 조계지 등이 있었던 일대의 중국 건축을 개조해 서양식 쇼핑과 문화의 거리로 조성한 상하이 관광명소 신천지. 신천지와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임시정부가 위치해 있는 거리의 소박함이 너무 대조적이다. 임시정부청사는 도시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한국정부와 국민의 요청으로 1993년 복원되었다고 한다. 개발로 돈방석에 앉았을지도 모르는 임시정부청사 이웃 주민들에게 괜한 미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상하이는 임시정부가 시작된 공간이고 우리 독립운동의 성지처럼 여겨지고 평가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름도 없이 쓰러져간 무명의 독립투사들의 수 역시 적지 않을 것임에도 상하이의 화려함 속에 그분들의 흔적이 묻혀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분들을 찾아내고 그 자취를 발굴해 내는 것이 우리 후대의 역할이 아닐까.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데 청사 관람을 마치고 나온 한 꼬마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하는 소릴 들었다. “왜 이런 데다가 집을 얻었어?” 엄마에게 던지는 천진한 꼬마의 질문에 웃음이 난다. 길 건너에 저리도 화려한 건물들이 많기도 한데 어째서 이리 허름한 곳에 한국 사람들이 있었냐는 뜻이다. 적어도 자신이 중국에 살며 본 한국 사람들은 다들 그럴싸한 곳에 살며 중국인들의 삶의 수준에 뒤지지 않는데 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청사가 겨우 이런 곳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타국에 세워진 임시정부의 살림살이는 빠듯할 수밖에 없었을 터. 일제의 감시 속에서 작고 초라할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이제 더욱 크게 외치고 싶은 대한민국 만세를 저 어린 아이에게 엄마는 어찌 설명해야할까? 마당로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는 상해에서 유일한 청사가 아니라 마지막 청사라고 한다. 현 임시정부 청사는 1926년부터 1932년까지 사용됐고, 그전에 최소 12회 이상 이전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소지가 아직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잦은 이전의 이유가 일제의 감시를 피해 다녀야 했던 것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때로는 돈이 없어 집세를 못 내서 쫓겨나기도 했고, 심지어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 어려움이 어땠을 것인가. 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지 못했냐는 아이의 질문에 많은 상념이 머리를 스친다. 그럼에도 윤봉길 의거 이후 또다시 피난을 가기까지 가장 안정적으로 머물렀던 곳이 지금의 마당로 청사였다고 하니 당시 독립투사들의 고생을 다시 말해 무엇하랴. 

지금 청사 안에 전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찾는 이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장소들이 있다. 임시정부 요인이 거주하던 영경방永慶坊이 바로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임정청사 가까운 곳에 위치한 그곳은 지금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그곳에 들러 나라를 잃고 타국땅에서 빠듯하게 살았던 당시 임정 요인들의 심경을 헤아려 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멀리 루쉰 공원 또한 임시정부와 함께 기억해야 할 장소일 것이다. 루쉰공원의 예전 이름은 훙커우 공원. 바로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행했던 곳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죽을 자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3·1 운동을 목도하고 학교를 그만둔 윤봉길이 김 구 선생을 직접 찾아와 간곡하게 부탁한 의거였다. TV나 역사책에서 가끔 접했던 윤봉길 의사가 의거 직전 김구 선생과 사진을 찍었던 곳은 한인 애국단 본부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서민 거주지로 따로 표지는 없지만 말이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상하이에 자리 잡은 임시정부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상하이 여행의 테마를 임시정부청사를 중심으로 연상해 보아도 많은 독립운동의 발자취가 떠오른다. 올해가 가기 전 가족과 함께 시도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청사에 들어서 김구 선생 집무실로 향하니 그의 가족사진, 밀랍인형 등이 먼저 눈에 띈다. 초라함을 느끼는 데에는 깊이 있는 사고가 필요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청사 건물이 정말로 너무 초라한 것일까? “왜 이렇게 초라해?”라는 한 어린 꼬마의 순진한 질문을 또 듣게 되었다.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평범한 중국 가정집을 빌려 비밀리에 운영해야 했기에 현판도 걸 수 없었던 대한민국 원년의 초라한 임시정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비록 제 나라 땅이 아닌 곳에서 임시로 시작됐지만 대한민국 헌법 전문 첫 문장에 등장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첫 주춧돌이 놓인 곳이 바로 백여년 전 이 허름하고 소박한 공간이다.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뜻이 모여 임시로 세워진 이 공간에서 독립투사 29인은 단 하루만에 우리의 국호를 정하고 체제와 헌법을 탄생시켰다. 월드컵 기간에나 외쳐보는 네 글자 ‘대한민국’이 바로 이 공간에서 탄생한 것이다. 임시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단 하루만에 탄생했을지라도 그날의 작업이 가지는 무게와 견주어질 수 있는 역사가 전 세계 어느 나라에 존재할 것인가? 왕이나 황제의 나라가 아닌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의 대 전환, 이 획기적인 변화가 그 시대 그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시민혁명으로 상징되는 프랑스도 혁명을 거쳐 민주 공화정을 쟁취하기까지 백 년의 시간이 걸렸음을 생각해 보면 3권분립에 입각한 민주공화정의 출발이자 국호가 비롯되고 체제가 완성된 이 공간을 우리는 기적의 공간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초라한 건물, 소박하고 허름한 인테리어를 보면서 상하이의 한복판에서 몸을 깊숙이 숙인 채 대한민국의 독립을 꿈꿨던 임정 요인들의 넉넉지 못했을 형편이 상상되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백년 후 그곳을 관람하는 우리의 관심이 너무 가볍다는 사실이다. 현란한 조명과 볼거리로 가득한 신천지 옆 동네의 초라한 임시정부 청사는 겉모양의 화려함에 시선을 점령당한 세대가 오랜 시간 머무르기에는 너무 가혹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너무도 빠르다. 유홍준 교수의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 아는 만큼 보이기에 빈약한 앎만을 가진 이들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그냥 훑으며 지나가고 그래서 관람 시간이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안내해 주는 분의 뒤를 따라 청사를 둘러보며 잠깐의 해설을 들은 뒤 다시 장소를 옮기는 시간이 너무 짧아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자신의 가정과 가족보다 조국독립과 민족을 먼저 생각해야했던 사람들. 그들도 고향의 부모님 건강이 염려됐을 것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들이 사무치게 그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국의 독립을 이끄는 것이 자신이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사명이라고 생각했을 그들 앞에서 내게 주어진 몫은 무엇일까? 망각하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이 장소를 함께 방문함으로써 앞선 세대의 희생과 유산에 대해 아이들과 대화의 기회가 생겼다. 우리 자손들이 조상들의 희생을 인식하게 할 책임 또한 나의 몫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 역시 나의 소명이다. 백년전 허름한 임시정부청사가 2023년의 우리에게 소중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오늘 자유로운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왔는가?’ ‘바로 초라한 이 공간에서 자신보다 민족을 더 사랑했던 그들로부터…’ 

수많은 상념이 솟구친 임시정부 관람을 마치고 이제 나와 일행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제대로 한 몸 편히 누일 곳 없이 떠돌아야 했을 독립투사들의 회한을 생각하니 버스 좌석의 불편함이 큰 사치로 여겨진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었을 정처 없는 유랑을 그들은 운명처럼 여기며 언제일지 모르는 독립의 날을 기다리는 심정은 얼마나 막막했을까. 이국땅이지만 마음 편히 돌아갈 쉼터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와 안도감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만약 신이 있다면 난 그가 우리나라를 너무 미워한다고 생각해.”라고 말하곤 했던 역사에 매우 해박한 한 친구의 말이 문득 떠올라 신께 기도드린다. 이번 상하이 여행이 참가자 모두에게 한국의 뿌리와 다시 연결되고 조상들이 직면했던 도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게 하소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땅을 함께 밟았다는 기억이 이전 세대들이 견뎌낸 투쟁에 대한 자부심과 서로에 대한 연대감으로 이어지게 하소서.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이 역사를 보존하고 공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이전 세대들의 희생이 결코 잊혀지지 않게 하여 우리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과 조국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결의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게 하소서. 내면보다는 겉모양의 화려함이 우리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는 오늘의 세태에서도 상하이의 호화로운 볼거리에 압도되기보다 소박한 담벼락 안에서 아직도 숨 쉬고 있는 숭고한 얼과 불굴의 정신을 보게 하시고, 전도된 가치가 발악하는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묵상의 시간이 되게 하소서. 

정재산(장가항시양풍쌍어실험학교)

[2023년도 상해일일투어 글짓기 대회 입상자]                             

 

최우수상정재산

 

[유치부 한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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