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장기간 사는 사람들은 자녀의 대학 입시를 앞두고 비슷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자식이 있다면 자식을 독립시킬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살았다면 자식의 대입이 굳이 이별의 상황을 만들지 않겠지만, 이곳 해외에서는 자식을 부모 품에서 떠나 보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지요. 우리 아이들은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로, 가장 많은 경우는 한국으로 대입을 결정하고 떠나갑니다.
저도 고3이 된 딸이 있어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대학에 가면 어른처럼 술도 먹고, 마음껏 아르바이트해서 용돈도 벌고, 부모님 없이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으니 한껏 꿈에 들뜬 표정입니다만, 부모인 저는 잔걱정과 함께 나 홀로 헤어질 결심을 하는 중입니다.
일하는 엄마라는 핑계로 아이 도시락도 집밥도 형편없었지요. 힘들어했던 사춘기에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해주긴 한 건지, 고3 스트레스는 대체 어디 가서 풀고 있는지, 워낙 씩씩하고 독립적인 딸아이를 보면 마음 한 켠이 짠합니다. 그런 엄마 속을 모르는 딸은 그저 성인이 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저도 막상 아이가 대입을 마치고 집을 떠나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상을 살겠지요. 아마 그때쯤에는 부모 그늘 밑에서 편하게 살다가 혼자 밥해먹고, 빨래, 청소해가며 공부하는 어른 놀이에 지친 딸이 엄마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명대사처럼, 저와 딸의 사랑은 이렇게 속도와 타이밍이 다를 겁니다.
우리는 살면서 헤어질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을 배운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예상도 못 한 채 헤어짐을 맞이하거나 헤어지고 아파했던 일들이 부지기수였으니까요. 법륜 스님 강연에서 들었던 말씀 중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 사춘기를 힘들게 겪고 부모와 부딪히는 것은 어른이 되어 부모를 떠날 준비를 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며, 노년이 되어 소위 벽에 똥칠하며 자식 고생시키고 돌아가시는 부모는 미리 이별의 준비를 시켜주는 것이다, 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정 떼려고 한다는 거죠. 어찌 보면 그 과정들은 우리가 헤어질 결심을 하며 준비할 시간을 주는 인생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성인이 될 딸아이와 지혜롭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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