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길을 걷다 보면 테슬라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중국 내에서 국 브랜드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며, 전통적으로 중국은 중국산 자동차가 보편화된 시장임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테슬라는 어떻게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테슬라의 중국 진출 역사
[사진=중국시장에 진출한 테슬라 모델S 첫 인도(바이두)]
테슬라는 2014년 4월 22일 베이징(北京)에서 모델S의 판매를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다음날인 4월 23일 상하이(上海)에서도 자동차 판매를 시작했으며 이후 모델X, 모델3, 모델Y를 차례로 생산하며 중국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은 테슬라는 연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며 판매량을 가파르게 상승시켰고, 주문이 밀려 차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인기를 보여주었다.
이에 2019년 1월, 테슬라는 상하이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설립해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곧바로 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미국에서 자동차를 가져오며 지불하던 운송비를 대폭 줄여 흑자를 확대했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거대한 공급 라인을 준비해 중국 내 전기차 보급에 앞장섰다.
테슬라는 중국에 공장을 지어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자동차를 생산-판매하여 이익을 극대화했고, 중국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의 보편화 촉진과 공장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로 상부상조의 거래를 한 셈이다.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일론 머스크
[사진=2014년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판매되는 모델S 자동차키를 넘겨주는 일론 머스크(바이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14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베이징 현장에 함께 있었다. 당시 그는 “테슬라에게 있어 중국 시장은 미국 시장만큼 커질 것”이라며 중국 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은 테슬라 자동차 판매량 중 22%를 책임지고 있는 거대한 시장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찍이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일론 머스크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 일론 머스크는 다른 업체들보다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해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에 성공했고, 2021년 중국 전기자동차 브랜드 비야디(BYD)를 꺾으며 중국 내 전기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비야디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을 개발하며 신에너지 자동차 부분에선 1위를 다시 내주었지만, 순수 전기 자동차 부분에선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의 중심이 된 상하이 공장 ‘기가 팩토리’
[사진=상하이 기가 팩토리(바이두)]
테슬라는 상하이에 테슬라 자동차 생산 공장 ‘기가 팩토리’를 설립해 중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중국에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전례 없는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현재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1년에 1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순히 중국 내수시장만을 위한 공장이 아니라, 현재 테슬라 자동차 생산 전체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공장이다.
실제로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2022년 총 71만 대의 모델3와 모델Y를 생산해 테슬라 전체 생산량의 52%를 담당했다. 상하이 생산 공장은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과 인력 부족 문제를 겪었음에도 이러한 수치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아시아 시장의 중심 공장으로써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에서 만들어진 후륜 구동형 모델Y가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기존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한화 3,000만원 가깝게 가격이 인하돼 연일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상태다.
3년 만에 중국을 찾아간 일론 머스크
[사진=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찾은 일론머스크와 공장 직원들(웨이보)]
일론 머스크는 지난 5월 30일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친강(秦刚) 중국 국무위원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 내 테슬라 공장을 돌아보며 다양한 사업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얼어붙어 중국 내 미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지원금이 대폭 축소되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기자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악재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중국 방문 전 상하이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메가팩(megapack)을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머스크는 중국에 도착해 곧바로 중국 배터리 기업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회장 쩡위친(曾毓群)과 면담을 가졌다. 주요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CATL은 현재 테슬라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 중 하나로 상하이에 설립할 계획인 배터리 제조 공장 메가팩 설립을 위한 협력 논의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이처럼 배터리 생산 - 자동차 조립 - 자동차 판매라는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을 한곳에 집중시켜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이 인도에 공장을 지으며 공장을 중국에서 분리하는 등 여러 기업이 탈중국을 계획하는 모습과 정반대로 테슬라는 중국에 공장을 확대하고 중국 시장을 중심적으로 활용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이번 방중 행사에서 머스크는 중국 고위직들에 미국과 중국은 쌍둥이 같은 나라이며, 서로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했고 중국은 머스크를 귀빈으로 대우했으며 많은 중국인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미국과 중국 머스크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
[사진=상하이에서 개최된 세계 인공지능 대회에 화상으로 참여한 일론 머스크(구글)]
일론 머스크는 이번 방중 행사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중국 대중들에게 환호받은 일론 머스크의 인기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냉랭한 관계를 고려하면 꽤나 뜻밖이다. 중국 국민들이 이처럼 일론 머스크를 지지하는 까닭은 그가 오래전부터 꾸준히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수 차례에 거쳐 중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친중 발언을 했으며, 최근 상하이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대회의 축사를 맡아 화상으로 참여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얼마나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머스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불만 섞인 트윗을 날려 신경전을 벌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테슬라의 경쟁사인 포드의 전기자동차를 타고 취임식에 등장하는 등 테슬라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있는 상황이다.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막대한 잠재성을 가졌지만 동시에 정치,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는 중국에 베팅한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그 행보가 기대된다.
학생기자 유준(저장대 정치행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