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限韩令)은 중국 내의 한류 금지령으로,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배치가 확정된 후부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다. 2016년 한류열풍 최고조였던 대중문화 분야의 경우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고 중국인 소비 의존도가 높았던 뷰티 산업과 엔터테인먼트가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여러 한국 기업들의 행보에 중국 한한령에 대한 해제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
한한령도 K팝은 못 막아
중국은 K팝 주요 해외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7월 중국의 K팝 팬들이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K팝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K팝 팬들은 중국과 한국의 정치적인 혹은 경제적인 문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SCMP에 따르면 루루저우(周潞鹭) 홍콩교육대 부교수는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 현지 노출을 줄이는 정책을 펴도 K팝 팬들은 비교적 독립적인 소비 형태를 보인다”라며 한한령 탓에 여전히 한국 연예인은 중국 공식 방송에 출연할 수 없는데도 최근 TV영향력이 예전보다 크지 않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 음반 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국내 가수의 공연이 성사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 음원 및 음반 시장에서 한국 가수 음반 수출액 5,000만 달러 (한화 약 600억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달 발매된 그룹 세븐틴의 열 번째 미니음반 ‘FML’의 첫 주 판매량 455만장 가운데 200만장 이상이 중국 공동구매로 판매됐다.
[사진=2023 TMEA 세븐틴 포스터(바이두)]
중국의 한한령 도입 이후 한국 가수의 중국 현지 활동은 사실상 막힌 상태였다. KB증권은 중국 리오프닝 관련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한령이 누그러지는 분위기가 감지되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가수들의 중국 공연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7월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을 보유한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가 마카오에서 연 ‘2023 TMEA 뮤직 페스티벌’에서 르세라핌, 세븐틴, 동방신기, 트레저 등이 공연했고, 가수 현아가 다음달 18일 중국 우한(武汉)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게임 업계도 한한령 걱정 없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건 K팝 시장만이 아니다. 국내 게임사가 중국 판호(版号,중국의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발급받고 속속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 10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 넥슨게임즈, 넷마블 등은 자사 인기 게임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는 중국 콘텐츠 시장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지난 2021년 기준 게임 시장은 2,652억 위안 (한화 약 49조원)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게임 이용자는 6억 6,400만 명, 모바일 게임은 6억 5,400만 명으로 세계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사진=메이플스토리M(넥슨)]
특히 최근 한국에서 20주년 및 6차 전직 업데이트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넥슨의 대표작 메이플스토리가 중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흥행 신화에 도전한다. 중국 시장은 넥슨 성장에 큰 발판이 된 핵심 거점 중 한 곳이다. 2007년 현지에 선보인 ‘던전앤파이터’를 필두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등 숱한 히트작을 배출했고, 한때 중국시장에서 나온 매출은 넥슨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기도 했다. 넥슨은 3일 개발 자회사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서브컬처 수집형 RPG 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6월 진행된 중국 지역 시범 테스트 기간 중 ‘빌리빌리(哔哩哔哩)‘탭탭(taptap)’ 등 주요 앱마켓 플랫폼에서 인기 게임 순위 1위애 올랐으며, 사전 예약자수는 425만명을 기록했다. 또 오는 17에는 회사 대표 IP ‘메이플스토리’의 모바일 버전인 메이플스토리M을 연이어 출시한다. 증권가 예측에 따르면 해당 게임들의 중국 성적에 따라 넥슨이 국내 게임업체 최초로 연 매출 4조원대를 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용하 넥슨게임즈 총괄 PD는 “블루 아카이브, 메이플M 이용자분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오랜 기간 사랑받는 IP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한령 등의 한파를 맞아 매출 비중이 급감했던 넥슨은 다시 중국 시장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은 게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정부가 5년 만에 한국산 게임에 판호(版号,중국의 게임 서비스 허가)를 잇달아 발급함과 동시에 중화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 가수들의 공연으로 한한령 해제가 본격화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와 늦은 시장 진출로 흥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있다. 과연 한한령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길을 무엇일까.
학생기자 김시현(저장대 한어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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