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내놓은 수요 호조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하면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했다.
16일 재신망(财新网)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0개 중·대도시 분양 주택 판매 가격 변동 상황’을 인용해 지난달 전국 신규 주택과 중고 주택 가격이 일제히 하락세를 거듭했다고 보도했다. 하락폭은 전월 대비 확대됐다.
신규 분양 주택의 경우, 1선 도시 판매 가격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달 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선 도시의 판매 가격도 각각 전월 대비 0.2%, 0.5% 떨어져 하락폭이 각각 0.1%p, 0.2%p 포인트 확대됐다.
중고 주택의 경우, 1선 도시 판매 가격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1선 도시 판매 가격은 전월 대비 0.2% 증가 추세에서 이달 –0.8%로 하락했고 2·3선 도시는 각각 전월 대비 0.5%, 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치로 보면, 중국 70개 중·대도시의 신규 분양 주택, 중고 주택 가격은 각각 전월 대비 0.4%, 0.6% 하락하면서 하락폭이 0.1%p 커졌다. 이는 최근 9년 만에 최고치다.
집값이 떨어진 도시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가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분양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오른 도시는 11개로 전월 대비 4개 줄었고 집값이 하락한 도시 수는 전월 54개에서 56개까지 늘었다.
중고 주택 가격이 오른 도시 수는 4개에서 2개로 줄었고 나머지 67개 도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9년 만에 최고치로 신규 주택 가격이 하락한 도시도 사상 최저 수준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9월, 중국 70개 중·대도시가 일제히 전월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고 주택 가격 하락은 현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신호를 나타낸다. 중고 주택 매물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신규 주택, 중고 주택간 거래가 막히고 시장은 유동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도시에서 ‘인방불인대(认房不认贷, 과거 대출 이력과 상관없이 현 무주택자에게 첫 주택담보대출 혜택을 주는 것)’ 등 정책을 시행한 후 각 지역의 중고 주택 매물 수가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매물 가격도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베이징과 선전의 중고 주택 매물 수는 각각 17만 채, 6만 채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우신 지역 영업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주택 상품은 고급 주택과 강성수요(刚需) 주택”이라면서도 “하나를 팔고 다른 하나를 사는 ‘강성 개선형(刚性改善)’ 주택 상품의 판매 상황은 참담한 상황으로 일반적으로 집값을 15~20% 낮춰야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강성 개선형 주택 판매가 지연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택 구매자가 보유한 중고 주택 판매 주기가 길어지면서 현금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즈(中指)연구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과 주민 신뢰 회복은 부동산 시장 안정의 전제 조건으로 단기적인 정책에 최적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도시 내 낙후지역 재건 등 일련의 조치가 빠르게 시행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오는 2024년 상반기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