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네번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에 미국의 대형마트나 할인점 같은 도매업체에선 소위 “재고떨이”를 하기 위해 재고가 남은 제품들을 파격적인 할인을 붙여 판매하는,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행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한다.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이 설과 추석이라면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이다. 그러기 때문에 미국의 소매업체에서는 추수감사절 전후로 소비가 많아질 것을 예측하고 평소 들여오던 재고보다 더 많은 양을 확충한다. 하지만 이 때 확충한 재고가 추수감사절 기간에 다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남은 많은 재고들을 처리할 겸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약 3주 후에 다가오는 미국의 두 번째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약 70-90%라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선보여 미국인들의 지갑을 열리게 한다.
미국이 이러한 파격적인 할인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 가맹점의 형태로 수수료를 내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반면에 미국 같은 경우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직접 도매를 떼다 직접 파는 형식이고 그렇기에 남은 재고들은 연말에 팔아 치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란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대표적인 두 가지로는 첫 번째는 1년 내내 빨간 그래프로 표현되는 적자에 시달리던 기업들이 이 날을 기점으로 검은 그래프로 표현되는 흑자로 전환이 되어서 란 말이 있고 두번쨰론 쇼핑몰로 몰려드는 소비자들로 인해 시즌 내내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붐비는 쇼핑몰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사고들로 인해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렸단 가설이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전날 밤 주요 쇼핑몰에 가면은 새벽 4-5시에 개장하는 타이밍에 맞춰 쇼핑몰에일찌감치 들어가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해 전날 밤부터 쇼핑몰 입구에 텐트를 치고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한 미국의 도시의 마트들을 가보면 엄청난 인파속에 온 가족이 함께 마트에 와서 두 손 가득 담을 수 있는 만큼 어린 아이도 함께 제품을 품에 안고 쇼핑대로 향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여러 명이 하나 남은 특정 물품을 두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만약 쇼핑을 끝마쳤다면 마지막 관문인 계산이 남아있는데 계산 대기중인 사람들과 계산 진행중인 사람들이 뒤얽혀 난장판이 벌어져 계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몇십분에서 길면은 한 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판매업체도 이에 동참하는데 심지어는 온라인 게임 유통을 하는 “스팀”과 같은 실물을 거래하지 않는 온라인 ESD업체도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재고털이”의 목적을 지닌 행사에 참여할 큰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증폭되는 시기에 맞춰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듯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는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여러나라에서 이 행사를 벤치마킹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대한민국의 경우는 2015년 메르스의 유행으로 국내시장이 침체되자 당시 정부에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롤모델 삼아 소비 증진을 위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현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렇다 할 홍보 전략이 없다시피 하고 기업들의 참여도 저조하여 실패한 정책이란 평을 받았었다. 이후 2019년이 되어 기존 정부 주도 행사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며 행사 기간과 내용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신세계 그룹과 롯데 그룹 등 유통 대기업들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전의 비판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한국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있다면 중국엔 매년 11월11일 “광군절” 이 있다. 광군의 뜻은 “빛나는 막대기”란 뜻으로 배우자가 없는 싱글을 뜻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혼자임을 상징하는 숫자 “1”이 네 개가 겹쳐있는 11월 11일이 광군제가 되어 쌍십일절(双十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광군절은 1993년 난징대학교에서 애인이 없는 싱글들을 위로해주자는 차원에서 파티를 열고 서로 선물을 교환하던 풍습이 중국 전역에 퍼지고 2009년 중국 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이 날을 마케팅에 활용해 자회사인 오픈마켓 “타오바오”를 통해 대규모의 할인 행사를 벌였고 이로 인해 11월 11일은 중국 최대의 소비시즌이 되었다. 이 광군절이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한국의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제일 차별화되는 점은 블랙 프라이데이와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주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반면 광군절은 타오바오와 티엔마오를 위시로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걸 볼 수 있다.
변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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